런던살이 (75) 썸네일형 리스트형 2024 채소 키우기 - 수확편 5월 초에 심은 무우에 예상보다 빠르게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귓동냥으로 채소는 꽃피면 못먹는다는 말을 들어서 인터넷에 서치를 좀 해보니 무우도 그렇다고 한다. 먹겠다는 일념으로 키운 애들이기에 골든타임을 넘기기 전에 조기수확 하기로 결정했다.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에 뿌듯했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여덟포기의 총각무를 뽑았다. 무우는 옮겨심는거 아니랬는데 응애농부는 그런거 모르겠고 씨부터 냅다 발아시켜버린 탓에 창의적으로 생긴 무우들이 나왔다. 비쥬얼에 놀란 맘을 진정시키고 뿌리쪽 향을 맡아보니 알싸한 와사비향이 나는게 영락없는 한국무다. 사이즈가 조금 더 컸으면 좋았겠지만 첫시도 치고 꽤 좋은 성과여서 뿌듯했다. 이쯤되면 무청은 질겨져 김치로 담을 수 없다. 말려서 시래기로 먹을 수도 .. [일상] 2024 채소 키우기 아직 주거환경이 뒤죽박죽 이지만 그래도 올해는 뭔가 키우고싶어 한인 커뮤니티에서 씨앗을 수집했다. 받은 씨앗들 중 깻잎만 네 팩 이었는데 심어보니 하나같이 무싹이 났고 다른 씨앗들은 발아율이 꽝이었다. 블로그 글들 보면 다이소 씨앗으로 잘만 키우던데 유통기한 직전에 심어서였을까 나에게 온 씨앗들은 전부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좋은 마음으로 (그것도 엄청많이) 나눠주신건데 예상치못한 결과와 불량씨앗들을 돌본 내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뒤늦게 4월 중순 즈음 씨앗나눔에 다시 참여했는데 이 땐 발아율이 꽤 괜찮 5월 초에 발아에 성공했고 중순 즈음에는 베드에 옮겨심었다. 총각무, 김장무, 두메부추, 오이고추 이렇게 네 종류의 씨앗을 심었는데 한 달이 지난 요즘 깻잎키우기 이후 처음으로 식물키우는 .. [일상] 무경험으로 주니어 레벨 잡 구하기 스터디를 진행한지 3년이 조금 지났다. 스터디가 일 년 정도 되면 구성원 대부분이 목표했던 바를 이루거나 혹은 좋은 경험으로 여기고 본업으로 돌아가 자연스럽게 스터디가 종료된다. 몇 해 동안 그렇게 몇 개의 스터디를 거치다 요즘은 공부 보다는 친목이 주가되는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도 초반에는 주니어 포지션 취업을 목표로 개발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는데 그중에서 저 사람은 잘 될 수 밖에 없겠다 싶은 눈에띄는 몇몇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지나 그분들의 취업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서 조금 의아했던 부분이 있는데 취업기간이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오래걸린다는 거였다. 처음엔 회사를 보는 눈들이 높은가보다 싶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요즘 구직시장이 특히 무경험으로 개발자 포.. [일상] 명이나물 캐기 (feat. 고사리) 영국에 살면서 봄이되면 빠지지않고 명이나물(aka 산마늘)을 따러간다. 한국에서 삼겹살 먹으러 가면 밑반찬으로 나오는 바로 그 명이나물이 이곳에선 잡초취급을 받아 물가 근처 수풀에 가면 지천에 깔려있는걸 볼 수 있다. 요 몇 해 명이나물의 인기가 급부상해 런던만 해도 명이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내가 사는 곳은 아직 수요가 공급을 못따라가서인지 매년 가는 스팟에서 양껏 따올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명이나물 따기가 연중행사로 자리잡아 어둡고 축축한 유럽의 겨울을 견뎌내는데 나름 좋은 동기부여를 준다. 2월 말에서 3월 초가 되면 슬슬 작은 이파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3월 중순에서 4월 초 까지 꽃대가 올라와 이때쯤 쇼핑백과 장갑을 챙겨 명이헌팅에 나선다. 첫해엔 기세등등하게 가서 반경 1미터는 따고올 줄.. [일상] Easter holiday 올 해 이스터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갔다. 몇 주 전 가족행사에서 오랜만에 모두 모였어서 굳이 이스터에 다시 만날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긴 연휴동안 맛있는거 먹고 유유자적 쉬면서 보내려 했으나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회복하는데 내 피같은 연휴를 다 써버려서 꽤 억울했다. 그래도 일하는 중 아프지 않은게 어디냐며 위로를 해본다. 이스터 전 금요일을 Good Friday라 하는데 이날엔 생선을 먹는게 전통이라고 한다. 각잡고 이스터를 챙기진 않지만 그래도 할 건 하고 넘어가야 하므로 우리도 생선요리를 먹기로 했다. 근데 이제 생선을 베이컨으로 말아서 육해공 중 공만 빠진, 그래서 이스터의 의미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식사가 되어버렸다. 영국에서 생선을 한입에 우걱우걱 먹기가 쉽지 않은데 오랜만에.. [일상] 엄마 영어학원 보내기 엄마와 한달간 영국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다. 항상 그립고 보고픈 엄마여서 한달이란 시간이 모자랄거라 생각한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이상하게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립던 마음이 가시고 혼자있고 싶어진다. 자꾸 다투고 힘들어져서 왜이럴까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엄마는 엄마로서의 역할이 있고 나는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 혼자 살아온 기간이 나름 긴지라, 두 성인이 고집대로 서로를 통제를 하려하니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의 기대와 어긋나는, 행복이 아닌 고통을 수반한 힘든 시간이 될 것이 눈에 보였다. 나 역시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해야 마음에 여유가 나오는 사람이라 이번엔 엄마의 시간을 갖는 방법을 알려드리기로 했다. 성인이 혼자 해외여행을 하려면 인터넷(스마트폰)과 비상시 쓸 .. [이직꿍꿍이] 왜 시니어만 뽑는거죠 점점 회사가 질려오다 연초에 이직욕구가 거하게 지나갔다. 권태기 온 연인마냥 회사의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맘에 안들어서 링크드인을 문지방 넘나들듯 왔다갔다 하다 결국 몇 개 회사에 지원까지 해봤다. 그리고 결과는 처참했다. 열 몇 개 정도 지원했는데 단 한 곳 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2년 전 구직때와 달라진 점들이 안팎으로 몇 있지만 그래도 전화가 한 통도 안오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놀라울 다름이다. 내가 느끼고 주변에서 주워들은 바로 왜 전화통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건지 어느정도 납득이 가기도 하지만 막상 경험하고 나니 구직시장이 많이 좁아진게 실감난다. 지원할 회사를 가려내는 키워드가 달라졌다. 예전엔 Tier2를 주는 정규직 포지션인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고 연봉이나 스킬셋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 [일상] 스페인 workation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니 세상 쳐지는 영국날씨에 못견디겠어서 스페인에 있는 친구집에서 일주일간 지내다 왔다. 이번에도 최소한의 짐만 챙겼다. 외출복 한 벌, 잠옷 겸 운동복 한 벌에 속옷과 칫솔 정도를 챙기고 여기에 노트북이랑 충전기를 더하니 가방이 제법 묵직해졌다. 이동하는 날 하루 휴가를 내고 두근거리는 맘을 안고 여행길에 올랐다. 2월 말의 스페인 남부는 날씨가 왔다갔다 한다. 내가 간 주는 도착날부터 2~3일간은 최고기온이 23도까지 올라가더니 그 이후로는 바람이 쌩쌩 불어 13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해가 나서인지 바람만 피하면 따듯했다. 기온이 아무리 높아도 비가오면 축축하고 추운 영국과는 딴판이었다. 친구가 말해주길 이동네는 350일 정도가 해가 난다고 한다 (제가 아는 어떤 나라랑.. [일상] 연말흔적 기다리다 현기증이 나버릴 것 같던, 영국의 가장 긴 명절인 크리스마스 연휴가 지나갔다. 휴가를 다 써버린 탓에 애타게 기다리던 연휴와 콧물의 재회를 하며 한 해 동안 켜켜이 쌓인 피로를 푸느라 알차게 쉬었다. 그리고 먹기도 엄청 먹었다. 일년동안 조여왔던 고삐를 단 열흘동안 풀었을 뿐인데 점점 날짜감각이 사라지면서 먹고 드러눕는 궁극의 게으른자가 되어버렸다. 몇년 해 보니 이렇게 해 줘야 뭔가 연말을 보낸 기분이 든다. 별거 없지만 소소한 2023 끝자락의 흔적을 남겨본다 올 해는 시댁이 풀하우스였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다 모이는 명절이어서 집이 시끌시끌했고 외국인며느리(나)는 귀따가운게 싫어 남편과 따로 숙소를 구해 나가 지냈다. 덕분에 소중한 연휴를 지킬 수 있었다. 한가지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다면.. [일상] 개발자가 가지고 있으면 좋은 기본소양 비전공자로서 개발직으로 전향 해 일을 하다 보면 스스로의 무지함과 마주하면서 겪게되는 낯선 감정에 놀라 이 길이 정말 나와 맞는지 수시로 의심하는 맘을 품게된다. 그럴 때 마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부터 키워놓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능력들이 머리속에 떠오르곤 한다. 혹시나 나처럼 어쩌다보니 혹은 이 직업이 가진 매력에 빠져 개발자의 길로 들어서려는 이들이 있다면 한번씩 생각해보면 좋을, 내 기준 개발자가 가지고 있으면 좋은 기본소양을 적어본다. 1. 지구력(끈기와 삽질) 답이 안나올 것 같은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해야하는 가장 단순하고도 중요한 일은 '계속 하는 것' 이다. 한 두 번의 시도에 답이 나온다면 '개발자'라는 직업은 너도나도 해먹을 수 있는 쉬운 일 중 하나였을거다. 반면 계속 붙잡고 있..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