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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살이/고독한 직장인 2024

[일상] 스페인 workation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니 세상 쳐지는 영국날씨에 못견디겠어서 스페인에 있는 친구집에서 일주일간 지내다 왔다. 이번에도 최소한의 짐만 챙겼다. 외출복 한 벌, 잠옷 겸 운동복 한 벌에 속옷과 칫솔 정도를 챙기고 여기에 노트북이랑 충전기를 더하니 가방이 제법 묵직해졌다.

이동하는 날 하루 휴가를 내고 두근거리는 맘을 안고 여행길에 올랐다. 

 

 

 

공항에서 치킨도시락을 사먹었는데 고추장소스가 있어서 짭스런 치킨비빔밥을 먹을 수 있었다.

 

 

 

옆자리에 탄 어린이가 데려온 아기.

 

 

 

2월 말의 스페인 남부는 날씨가 왔다갔다 한다. 내가 간 주는 도착날부터 2~3일간은 최고기온이 23도까지 올라가더니 그 이후로는 바람이 쌩쌩 불어 13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해가 나서인지 바람만 피하면 따듯했다. 기온이 아무리 높아도 비가오면 축축하고 추운 영국과는 딴판이었다. 친구가 말해주길 이동네는 350일 정도가 해가 난다고 한다 (제가 아는 어떤 나라랑 정 반대군요^^). 처음와본 낯선곳 이어서 잠을 못잘 줄 알았으나 낮동안 해를 많이 받아서인지 밤에 잠을 기가막히게 잤다. 그리고 친구와 나 둘 다 쩝쩝박사여서 한식을 매일저녁 해 먹었다. 점심은 스페인음식을 먹고 저녁은 한식 + 와인 한 병 이런식으로 먹어서 1일 1와인을 해버렸다. 스페인 와인이 물보다 싸단말이 농담인 줄 알았는데 마트가서 보니 가장 저렴한 지역 특산와인이 1유로를 조금 넘었다. 

 

 

 

2월엔 아몬드 꽃이 핀다. 키작은 벚꽃나무 같은 아몬드 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져있다.

 

 

 

점심에 주로 먹은 샌드위치, 브랜디를 넣은 커피와 물김치같던 올리브.

 

 

 

해질녘 풍경.

 

 

 

시차가 한시간 빠른데다 강한 아침해가 창문으로 들어와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져서 영국시간으로 새벽 여섯시부터 오후 세시까지 일하고 늦은 오후엔 나가서 맥주병씩 하고 집에와서 저녁 만들어먹고 노닥노닥하다 자러가기를 반복했다. 관광객이 찾아오는 동네가 아니어서 그런지 스페인어가 필수였고 친구가 아니었음 바디랭귀지만 하다 돌아올 뻔 했다. 영국에선 영어를 잘하는게 디폴트지만 스페인에선 스페인어를 떠듬떠듬 해도 사람들이 기특하게 봐주는걸 보고 스페인어 열심히 공부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채리티샵에서 50센트 주고 책도 샀다. 영어랑 비슷한 단어가 많아서 엉성하게 말하기까지 비교적 적은 시간이 드는 것 같다. 열심히 공부해서 다음에 갈 때는 떠듬떠듬 이라도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고 싶다. 

 

 

 

따듯한 날엔 밖에서 맥주마시면서 일했다. 맥주를 안 깔 수가없는 날씨였다.

 

 

 

돌아오는 날 아니나 다를까 영국이 영국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비행기가 한시간 가량 딜레이 되었고 (이건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여기에 플러스, 영국에 도착하고나니 집에가는 기차가 줄줄이 캔슬되어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빅토리아 버스터미널로 가는 기차 마저도 하염없이 딜레이되어서 가장 빨리오는 기차를 타고 가까운 튜브스테이션이 있는 곳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었다. 영국의 변덕 죽끓듯 한 대중교통 이벤트에 익숙해진 터라 놀랍지도 않았다. 그저 우회하는 방법을 찾기위해 부지런히 머리를 굴릴 뿐. 여튼 다녀오니 기분전환이 되고 달력도 3월도 바뀌어서 여러모로 잘 한 결정이었단 생각이 든다. 1,2월엔 한번쯤 영국탈출을 해야함을 제대로 배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