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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살이/고독한 직장인 2024

[이직꿍꿍이] 왜 시니어만 뽑는거죠

점점 회사가 질려오다 연초에 이직욕구가 거하게 지나갔다. 권태기 온 연인마냥 회사의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맘에 안들어서 링크드인을 문지방 넘나들듯 왔다갔다 하다 결국 몇 개 회사에 지원까지 해봤다. 그리고 결과는 처참했다. 열 몇 개 정도 지원했는데 단 한 곳 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2년 전 구직때와 달라진 점들이 안팎으로 몇 있지만 그래도 전화가 한 통도 안오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놀라울 다름이다. 내가 느끼고 주변에서 주워들은 바로 왜 전화통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건지 어느정도 납득이 가기도 하지만 막상 경험하고 나니 구직시장이 많이 좁아진게 실감난다. 

 

지원할 회사를 가려내는 키워드가 달라졌다. 예전엔 Tier2를 주는 정규직 포지션인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고 연봉이나 스킬셋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비자를 지원해 주는 회사를 찾아야 했음에도 면접기회가 꽤 주어졌다. 그런데 지금은 가능하다면 리모트나 주1회 사무실 출근에 기분좋은 연봉을 받고싶고 스킬셋 역시 앞으로 먹고사는데 도움이 될 프론트앤드 프레임웍을 쓰는 곳을 찾게된다. 그리고 휴가를 21일씩 주는 회사는 애초에 걸러버린다. 아무데나 다 갔던 시절과는 달리 나름의 필터링이 생겨서 그런지 까탈스럽게 회사를 찾아 지원했더니 연락이 안온다 ㅋㅋㅋ. 내보기에 좋은 떡은 남이보기에도 좋기 때문인걸까? 잡디스크립션 보고 지원할라 치면 이미 100명 이상이 지원했다고 뜬다. 이런곳을 뚫으려면 난다긴다 하는 개발자여야 하는데 난 그냥그런 개발자여서 녹록치않다. 

 

넘쳐나던 리모트 왜 줄어들었나? 꽤 오래 코로나의 여파를 맞던 이 나라가 어느순간부터 리모트롤을 점점 줄이길래 코로나 기운이 빠져나가서인 줄 알았는데 친구가 말해주길 요즘 정부에서 회사들에게 사무실 출근을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으니 돈을 안써서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맞는말인게 나만해도 돈을 쓸 일이 거의 없다. 지나가다 뭐가 보여야 구매욕구가 생길텐데 집밖에 안나가니 새로운 것을 볼 일도 없고 그렇다보니 최소한 의식주만 갖추고 살게된다.

 

시니어만 넘쳐나는 구직시장. 미드레벨 보다는 미드시니어를 뽑고 주니어는 미드레벨과 맞먹을만한 경력직을 뽑는 요상한 구조가 되어버렸다. 어찌보면 쌩주니어는 인턴쉽으로 빠지란 말 같다. 내 포지션이 주니어도 아니고 시니어도 아닌 애매한 중간인데 주구장창 중간일 수는 없잖은가? 사실 이 바닥에서 굴러먹은 경력만 보면 시니어를 달고도 남았어야 하는데 아직 외국인 탈을 못 벗고 있어서 미드로 남아있는 것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 시니어롤에 지원하기엔 코딩은 그렇다 쳐도 누군가를 리드하고 조언을 해줄 정도가 아니어서 괜히 발 들였다 속시끄러워질 것 같은 느낌에 쉽사리 시니어롤은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영어로 누군가를 가르치는게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간혹가다 보이는 꿈의직장들이 있다. 리모트 100%에 돈도 빵빵주고 하고싶은거 다 시켜주는회사들도 간혹 보이는데 코인이 올라서인지 크립토 회사들이 주로 이런 조건을 걸고 사람을 구한다. 그리고 이런데는 박터지기 때문에 위에 말한 난다긴다 하는애들이 들어간다. 

그래서 느낀점은 시니어로 올라가야 한다는거다. 시니어를 달기까지의 시간은 정해져있는게 아니라 단기간에 시니어를 다는 사람들도 있고 천천히 가다 어느순간 시니어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외국인이란 껍데기 뒤에 숨어 주구장창 중간정도만 유지해왔는데 이렇게 하다간 

정말 지루한 삶을 살게될 것 같아서 그동안 미뤄두고 등한시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방법론들을 차근차근 공부해보고 멘토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