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 (80) 썸네일형 리스트형 [일상] Easter holiday 올 해 이스터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갔다. 몇 주 전 가족행사에서 오랜만에 모두 모였어서 굳이 이스터에 다시 만날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긴 연휴동안 맛있는거 먹고 유유자적 쉬면서 보내려 했으나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회복하는데 내 피같은 연휴를 다 써버려서 꽤 억울했다. 그래도 일하는 중 아프지 않은게 어디냐며 위로를 해본다. 이스터 전 금요일을 Good Friday라 하는데 이날엔 생선을 먹는게 전통이라고 한다. 각잡고 이스터를 챙기진 않지만 그래도 할 건 하고 넘어가야 하므로 우리도 생선요리를 먹기로 했다. 근데 이제 생선을 베이컨으로 말아서 육해공 중 공만 빠진, 그래서 이스터의 의미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식사가 되어버렸다. 영국에서 생선을 한입에 우걱우걱 먹기가 쉽지 않은데 오랜만에.. [일상] 엄마 영어학원 보내기 엄마와 한달간 영국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다. 항상 그립고 보고픈 엄마여서 한달이란 시간이 모자랄거라 생각한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이상하게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립던 마음이 가시고 혼자있고 싶어진다. 자꾸 다투고 힘들어져서 왜이럴까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엄마는 엄마로서의 역할이 있고 나는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 혼자 살아온 기간이 나름 긴지라, 두 성인이 고집대로 서로를 통제를 하려하니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의 기대와 어긋나는, 행복이 아닌 고통을 수반한 힘든 시간이 될 것이 눈에 보였다. 나 역시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해야 마음에 여유가 나오는 사람이라 이번엔 엄마의 시간을 갖는 방법을 알려드리기로 했다. 성인이 혼자 해외여행을 하려면 인터넷(스마트폰)과 비상시 쓸 .. [이직꿍꿍이] 왜 시니어만 뽑는거죠 점점 회사가 질려오다 연초에 이직욕구가 거하게 지나갔다. 권태기 온 연인마냥 회사의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맘에 안들어서 링크드인을 문지방 넘나들듯 왔다갔다 하다 결국 몇 개 회사에 지원까지 해봤다. 그리고 결과는 처참했다. 열 몇 개 정도 지원했는데 단 한 곳 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2년 전 구직때와 달라진 점들이 안팎으로 몇 있지만 그래도 전화가 한 통도 안오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놀라울 다름이다. 내가 느끼고 주변에서 주워들은 바로 왜 전화통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건지 어느정도 납득이 가기도 하지만 막상 경험하고 나니 구직시장이 많이 좁아진게 실감난다. 지원할 회사를 가려내는 키워드가 달라졌다. 예전엔 Tier2를 주는 정규직 포지션인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고 연봉이나 스킬셋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 [일상] 스페인 workation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니 세상 쳐지는 영국날씨에 못견디겠어서 스페인에 있는 친구집에서 일주일간 지내다 왔다. 이번에도 최소한의 짐만 챙겼다. 외출복 한 벌, 잠옷 겸 운동복 한 벌에 속옷과 칫솔 정도를 챙기고 여기에 노트북이랑 충전기를 더하니 가방이 제법 묵직해졌다. 이동하는 날 하루 휴가를 내고 두근거리는 맘을 안고 여행길에 올랐다. 2월 말의 스페인 남부는 날씨가 왔다갔다 한다. 내가 간 주는 도착날부터 2~3일간은 최고기온이 23도까지 올라가더니 그 이후로는 바람이 쌩쌩 불어 13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해가 나서인지 바람만 피하면 따듯했다. 기온이 아무리 높아도 비가오면 축축하고 추운 영국과는 딴판이었다. 친구가 말해주길 이동네는 350일 정도가 해가 난다고 한다 (제가 아는 어떤 나라랑.. [일상] 연말흔적 기다리다 현기증이 나버릴 것 같던, 영국의 가장 긴 명절인 크리스마스 연휴가 지나갔다. 휴가를 다 써버린 탓에 애타게 기다리던 연휴와 콧물의 재회를 하며 한 해 동안 켜켜이 쌓인 피로를 푸느라 알차게 쉬었다. 그리고 먹기도 엄청 먹었다. 일년동안 조여왔던 고삐를 단 열흘동안 풀었을 뿐인데 점점 날짜감각이 사라지면서 먹고 드러눕는 궁극의 게으른자가 되어버렸다. 몇년 해 보니 이렇게 해 줘야 뭔가 연말을 보낸 기분이 든다. 별거 없지만 소소한 2023 끝자락의 흔적을 남겨본다 올 해는 시댁이 풀하우스였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다 모이는 명절이어서 집이 시끌시끌했고 외국인며느리(나)는 귀따가운게 싫어 남편과 따로 숙소를 구해 나가 지냈다. 덕분에 소중한 연휴를 지킬 수 있었다. 한가지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다면.. [일상] 개발자가 가지고 있으면 좋은 기본소양 비전공자로서 개발직으로 전향 해 일을 하다 보면 스스로의 무지함과 마주하면서 겪게되는 낯선 감정에 놀라 이 길이 정말 나와 맞는지 수시로 의심하는 맘을 품게된다. 그럴 때 마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부터 키워놓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능력들이 머리속에 떠오르곤 한다. 혹시나 나처럼 어쩌다보니 혹은 이 직업이 가진 매력에 빠져 개발자의 길로 들어서려는 이들이 있다면 한번씩 생각해보면 좋을, 내 기준 개발자가 가지고 있으면 좋은 기본소양을 적어본다. 1. 지구력(끈기와 삽질) 답이 안나올 것 같은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해야하는 가장 단순하고도 중요한 일은 '계속 하는 것' 이다. 한 두 번의 시도에 답이 나온다면 '개발자'라는 직업은 너도나도 해먹을 수 있는 쉬운 일 중 하나였을거다. 반면 계속 붙잡고 있.. [일상]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니 현 회사에 취직하면서 처음으로 스타트업에서 근무해 보게 됐다. 이전 회사들은 런던 오피스에만 백 여명 씩 근무하는 나름 규모가 큰 회사들 이었는데 사람도 워낙 많다보니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게 돼 항상 정신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녔던 것 같다. 그러다 정 반대인 작고 아담한 내 현회사와 함께 스타트업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스타트업도 이름만 스타트업이지 이미 덩치가 커질대로 커진 대규모 회사들인 경우가 많은데 우리회사는 아주 작고 영세한, 말 그대로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었다. 물론 내가 입사할 즈음에는 이미 상용화 되고있는 서비스가 있었지만 그 점을 제외한다면 회사 규칙이나 복지혜택 같은 것들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은 날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워낙 작아서 들어가자마자 망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 [일상] 디지털 노마드 연말정산 집, 공유사무실, 런던 친구 집, 런던 짭사무실(회사에서 하루씩 빌리는 미팅룸), 한국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하반기에도 알차게 노마드 했다. 상반기와 크게 다른점은 없었으나 한국에서 일 하는 동안 영국시간 기준으로 일하는게 좀 힘들었다. 이전 두 번의 한국 방문은 목적이 있었던 터라 휴가 안쓰고 한국에서 맘껏 머무를 수 있음에 감사히 일했는데 이번엔 쉬려고 간거여서 그런지 일하는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오전에 머리가 가장 잘 돌아가는데 점심먹고 노곤노곤 해질 때 부터 자정까지 일하려니 업무효율도 좋지 못하고 다음날 컨디션에 큰 지장이 갔다. 일은 늦게 끝나고 제대로 쉬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 되다 보니 하루하루를 부실하게 날려버리는 기분이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다고 하니 다음엔.. [일상] 일이 하기싫고 이직생각이 시도때도없이 튀어나올 때 한 회사에서의 근무기간이 평균 1년 N개월 정도인 내가 꽤나 맘에드는 회사를 만나 군소리 없이 2년을 채워가고 있다. 그 동안 이직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게 의아해 혹시나 놓치고 지나간 이직욕구가 있지 않았을까 하고 틈틈히 자기검열도 해봤다. 일은 여전히 재밌고 성가시게 하는 이가 없으며 월급이 따박따박 나온다. 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삼박자가 이직 생각으로부터 철통방어를 해왔으나 낙하산과 부딪히고 나서 본격적으로 회사가 싫어지기 시작한다. 그녀와 나의 입사일은 두 달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왜 입사초반이 아닌 이제와서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걸까? 그녀와의 마찰 이전 까지는 일 배우기에 급급해 내 권리를 주장하거나 불편함을 느낄 틈이 없어 모든 상황을 묻어넘겼다. 일이 어느정도 손에 익고나니 신경쓰.. [생각] 비전공자에서 개발자가 되면 대학에서 드림위버와 플래쉬로 홈페이지를 만드는 수업을 들을 때 흥미도가 -1000 이었다. 이 생소한 프로그램의 하나부터 열까지 내 뜻대로 되지않는게 답답했고 짜증이 솟구쳤다. 전공수업 중 웹과 관련된 수업이 이거 하나라 다행이라 여겼으니 미래의 내가 개발자로 살아가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고 그저 하루하루 개성을 뽐내며 살아가는,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이너가 되어있을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땐 디자이너로서의 삶이 어떨지 정확히 모르고 단어 자체에서 풍기는 뽕에 취해 겉멋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앞날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나 열정 혹은 고집같은 것 없이 어찌저찌 현재의 삶으로 흘러들어 오다보니... 내가 개발자가 되어있네? 개발자라 하면 십대 때 부터 코딩에 관심을 갖고 수학을 잘하고 또 자기.. 이전 1 2 3 4 5 ··· 8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