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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살이/여전히 직장인 2023

[일상] 연말흔적

기다리다 현기증이 나버릴 것 같던, 영국의 가장 긴 명절인 크리스마스 연휴가 지나갔다. 휴가를 다 써버린 탓에 애타게 기다리던 연휴와 콧물의 재회를 하며 한 해 동안 켜켜이 쌓인 피로를 푸느라 알차게 쉬었다. 그리고 먹기도 엄청 먹었다. 일년동안 조여왔던 고삐를 단 열흘동안 풀었을 뿐인데 점점 날짜감각이 사라지면서 먹고 드러눕는 궁극의 게으른자가 되어버렸다. 몇년 해 보니 이렇게 해 줘야 뭔가 연말을 보낸 기분이 든다. 별거 없지만 소소한 2023 끝자락의 흔적을 남겨본다

 

 

사랑이 넘치는 누군가가 따라 준 와인

 

 

 

올 해는 시댁이 풀하우스였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다 모이는 명절이어서 집이 시끌시끌했고 외국인며느리(나)는 귀따가운게 싫어 남편과 따로 숙소를 구해 나가 지냈다. 덕분에 소중한 연휴를 지킬 수 있었다. 한가지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다면 크리스마스와 신년 사이에 3일 동안에 일을 해야한다고 회사에서 치사하게 굴어서 숙소에 랩탑을 들고갔는데 인터넷이 느려서 회사앱에 로그인이 안되는거였다. 그래서 나만 아침일찍 시댁으로 출근해서 일하고 남편은 조용한 숙소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쨋든 저녁마다 맛있는거 먹은건 좋았다.

 

 

 

핫팟요가가 근처에 생겨서 가봤는데 영 별로였다 요가보다는 카디오에 가까운 느낌

 

 

 

한국에 다녀온 이후로 운동을 쭉 하고 싶었는데 공유오피스에 안나가다 보니 요가스튜디오 까지 일부러 시간내서 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운동을 쭉 쉬다 근처에 핫팟요가가 생겼데서 가봤는데 영 아니었다. 저 풍선에서부터 내가 생각하는 칠한 요가랑은 다르다는걸 알아챘어야했는데 마케팅에 속아넘어갔다. 초보가 갔다가 어디하나 망가져서 오기 딱 좋은 수업이었다. 그래도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가끔 갈것같긴 하다.

 

 

 

로스트 준비하는데 슬쩍 끼어들어서 아점먹기

 

 

 

간식으로 받은 파테와 연어. 빵은 달고 토핑은 짜서 오이가 귀해지는 현상이 일어남.

 

 

 

첫 로스트로 소고기

 

 

 

두번째 로스트 터키.

 

 

 

일찌감치 점심 먹었는데 옆에서 얼쩡대다 얻은 피자 반쪽

 

 

 

던디케익. 한국의 술빵같은 느낌. 진짜 술 들어감

 

 

 

너무 많이 먹었다. 명절에 할머니집 가면 끊임없이 음식이 나오듯 여기서도 크리스마스엔 이걸 먹어줘야지~ 하는게 있어서 하나씩 집어먹다보면 연말엔 움직이기 힘들어서 그냥 드러누워있게된다.

 

 

올 해 가족에 조인한 응애. 정말 환장하게 귀엽다

 

 

 

아기가 응애 하고 운다는걸 몸소 보여준 새 가족. 사실 얘 아니었음 시댁에 매일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시크릿산타 선물하면서 궁금해서 한권 더 사서 읽었는데 재밌어서 2권도 주문했다. 한글로 번역되었음 좋겠다.

 

 

열흘을 쉬는데에 집중하며 보내고 나니 다시 한 해를 열심히 살아낼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연초엔 좀 살살 달려야지. 2024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