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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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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상반기 디지털노마드의 삶 정산 올 상반기엔 영국 안팎으로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작년 말 한국에서 재택근무를 해보고 나니 못할 것도 없겠다 싶어 올 한 해는 지갑사정이 허락하는 한 할 수 있는 만큼 유동적으로 돌아다니며 일해보기로 했다. 영국집, 공유오피스, 회사, 호텔, 친구집, 한국집, 마드리드 그리고 기차 안 까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했던 것 같다. 시차를 거스른 업무가 처음에나 겁났지 막상 해보니 점점 간이 커져 정기검진 하러 간 병원에서도 해볼까 하는 과감한 생각을 했었다. 결국 실행에 옮기진 않았지만 (막상 병원에 가보니 1인실이 아니고서야 고통의 신음소리가 난무하는 병실은 일하기 쉽지않은 환경이었다). 스스로가 이렇게까지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는 성향은 아니라 여기고 살아왔는데 생각보다 잘 맞고 또 얻는 이득이 쏠..
[일상] 코드리뷰에 진지하게 임하라 (feat. 매운맛 코드리뷰) 작년 하반기 즈음 사수가 코드리뷰에서 슬슬 빠질거란 말을 했었다. 프로덕션 개발과 주니어 트레이닝, 그리고 여기에 더불어 세 명의 프론트 개발자의 코드리뷰가 사수의 손에 달려있다보니 처음엔 가끔가다 생기던 딜레이가 요즘은 시도때도없이 일어나고 있다. 사수가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가는 주니어와 페어링을 하거나 중요한 인터그레이션에 시간을 할애하기라도 하면 정말 단순한 PR인데도 3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막내도 나름 자기 앞가림 한다고 속이 타겠지만 그럴때마다 사수를 독점해버린 탓에 나와 우리팀 동료는 하염없이 코드리뷰를 기다리다 뒷목을 잡는 날들이 잦아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구조가 답답하고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드레벨이라고 시니어의 손길이 안필요한건 아니니까. 어떻게든 잇몸으로라도..
[일상] 벌써 일 년, aka 마의구간을 통과하다 역마살이 낀걸까? 이유불문하고 1년을 채우기가 무섭게 이직을 하게된다. 대학 졸업 후 한국 영국 통틀어 가장 길게 다닌 회사에서의 근무기간이 2년을 못넘긴다. 내 의지로 퇴사한 회사들에서의 생활을 회상해보면, 입사초기에 어리버리 하던게 6개월이 지나면서 업무파악이 어느정도 되어 삶이 편안해지고 그 이후부터 급 지루해져 떠날 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내 머리가 뛰어나게 좋아서 단기간에 업무를 마스터 한게 아니라 그만큼 들어가기도 나오기도 쉬운 포지션들이었다. 역마살에 몸을맡겨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회사원이 내 운명인걸까 하는 의심을 마음 한켠에 품고 살아왔으나 현 회사에서는 왠걸 6개월이 지나고 8개월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점까지도 마의구간이 오지 않았다. 반년 넘게 새로운 것들을 머리에 우겨넣고 있다..
[Savage Sisters] 팟캐스트를 시작하다 한국에 있을 때 주변에서 남녀 개발자 성비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했지만 당시 나는 개발자가 아니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영국에 넘어와서 일하다 보니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성의 비율이 비교적 높고 나이 지긋한 워킹맘들도 많아 신기했다. 그 때 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불편한 사실이 이직에 이직을 거듭하다 보니 눈에 띄었다. 내가 거쳐온 팀들의 리드는 전부 네이티브 영국인 이거나 영어를 잘하는 외국인 '남자' 라는 것. 우리팀만 해도 여성 개발자 비율이 남성 개발자에 비해 현저히 높지만 결국 리드는 남자다. 타팀도 다를것이 없다. 아직까지 주변에서 여성 개발자 리드를 본 적이 없다. 직군을 타는걸까? 요즘 비전공자로 시작해 부트캠프를 듣고 개발자가 되는 여성들이 많다. 다들 처음엔 뚜렷하게 보이지..
[일상] 나 런던 좋아하네 작년에 두 달 간 한국에 다녀오기 위해 런던집 계약을 끝냈다. 집을 비워두는 동안 렌트비를 내는게 무의미 했기 때문에 살림살이는 모두 파트너의 고향집에 옮겨두고 계약을 끝낸 뒤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에 다녀와서는 렌트에 얽매이지 않는 김에 올 한 해 동안 이곳 저곳 오가며 앞으로 어디에 정착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믿기지 않으면서도 매달 내고있었던 어마어마한 금액의 렌트비가 나가지 않으니 갑자기 삶이 윤택해 졌다. 렌트비로 다달이 나가는 돈을 그대로 모았다면 집사는데 필요한 보증금을 거뜬히 냈을 것이다. 그정도로 런던의 렌트비는 괴팍하다. 요 몇 달 파트너의 부모님 댁에 살다 보니 렌트 이외에도 기본적으로 생활유지를 위해 내야하는 금액이 거의 나가지 않아 영국에 넘어와서 아니, 성인이 되고난..
[일상] 연봉인상 통보 연봉이 올랐다. 사무실로 출근한 날 보스가 면담을 하재서 별 생각없이 따라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마지막에 연봉인상 통보를 받았다. 보통 회사들이 연봉협상을 하는 4월 즈음 치열한 공방전 끝에 이루어지는게 연봉인상인 줄 알았건만 내 연봉은 협상없이 알아서 올라버렸다. 작년 말 회사에 수익이 조금 나서 나눠준다는 얘긴 들었는데 그 금액대가 감이오지 않아 백 파운드일까? 천 파운드일까? 예상했었는데 생각보다 더 줘서 놀라울 다름이다. 회사를 너무 얕봤나보다 ㅋㅋ 영국에서 1년 단위로 회사를 옮겨다녀 이직이 아니고서야 연봉을 올려본 적이 없다. 그런데 1년을 안채운 이 시점에서 전직원 연봉이 오르면서 내 연봉도 자연스럽게 올랐다. 계약서에 매년 5% 인상이라고 써있다고 한다(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여기에 ..
[일상] 재택근무의 일상화, 디지털 노마드의 삶 종종 흰머리가 드문드문 난 중년의 내가 일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딱 경험한 만큼만 담아낼 수 있는걸까, 상상 속 배경은 주로 사무실 책상이다. 그 속에서 출퇴근 전쟁 이라고는 모를 것 같은 순수한 얼굴을 하고는 여유롭게 장소를 옮겨다니며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디지털 노마드 라는 단어 자체를 그저 실리콘밸리의 인재들만 누리는 혜택이라 생각하고 살았으니까. 그런데 그냥저냥 평범한 개발자인 내가 그 삶을 살고있다. 코로나가 후려치고 간 흔적이라고 봐야할까? 구직 당시 훑어 본 대부분의 회사가 유동적으로 재택근무를 허용했고, 현회사 역시 전직원의 20%만 주 2회 정도 사무실을 오가며 일한다. 이 회사도 초반에는 사무실 근무가 디폴트였으나 여느 회사들이 그렇듯 이곳 역시..
[일상] 회사와 합을 맞춰보는 기간, 6개월 내가 한 회사에 적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통상 6개월 정도이다. 그렇다. 영국에서 구한 세 번째 직장에서 근무한 지 어느덧 6개월이 되었다. 새 회사에서의 시작은 언제나 쫄림이 함께 하지만 이번 회사는 웹 개발자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포지션이 바뀐데다 그마저도 경력직으로 들어가게 된거라 기술적 뒷받침에 대한 압박감으로 쫄림이 더했다. 반면, 영국에서 근무해본 짬이 있어서 영어나 사람을 대하는 등의 소프트스킬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없었다. 매번 그렇듯 긴장감을 안고 시작 해 임포스터 신드롬이 기승하는 시기를 거치고, 어느덧 회사에 적응을 하고나니 여유가 생겨서 현회사 근무하면서 느낀점을 몇 자 적어보려 한다. 근무환경 - 개발청정구역 현회사를 다니면서 내 적응세포가 두드러지게 반응하는 부분이 세 가지 ..
[일상] 결혼식 참석 (feat. Jubilee 연휴) 이번주말은 여왕 70주년 기념식 연휴가 목,금요일에 있어 목,금,토,일 이렇게 나흘을 쉬게 되었다. 영국인들 그리고 영국에사는 외국인들이 갖는 쥬빌리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어쨋든 쉬는날은 다들 좋아라 한다. 나는 그 날 파트너의 친구 결혼식에 초대받아 수요일 저녁에 런던을 떠났다. 회사 사람들과 짧은 회식을 한 뒤 패딩턴 역으로 가기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마침 그게 새로생긴 퀸 엘리자베스 라인이었다. 새거라 깨끗했다. 다른 라인들도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밤늦게 챌트넘에 도착해 다음날 하루를 쉬며 놀며 보내고 그다음날 오후에 결혼식에 가기위한 준비를 끝마치고 파트너의 아버지가 결혼식 장소인 Stroud 에 데려다 주셨다. 신부의 부모님이 소유하신 맨션에서 뒷풀이가 열린다고 했다. 영국의 결혼식은 ..
[개발일기] 리액트에 대한 생각 리액트를 쓰게된 계기는 그저 취업을 위해서였다. 프론트 개발자로 먹고살려면 자바스크립트 프레임웍 하나쯤은 쓸 줄 알아야 하는데 구인 리스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게 리액트였고 그 때의 나는 취업확률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했기에 고민없이 리액트에 발을 들였던 것 같다. 그 때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리액트를 고를 것 같다. 그만큼 손에 익고나면 장점이 많은 프레임웍이다. 허나 리액트를 자유자재로 쓰기까지의 여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ㅇ다. 난다긴다하는 강사들이 만든 좋은 강좌들이 많지만 워낙 양이 방대하고 또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본기가 제대로 쌓여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에 리액트를 배우기 시작한다면 밑도끝도없이 어렵고 재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