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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살이/여전히 직장인 2023

[일상] 코드리뷰에 진지하게 임하라 (feat. 매운맛 코드리뷰)

 

 

 

작년 하반기 즈음 사수가 코드리뷰에서 슬슬 빠질거란 말을 했었다. 프로덕션 개발과 주니어 트레이닝, 그리고 여기에 더불어 세 명의 프론트 개발자의 코드리뷰가 사수의 손에 달려있다보니 처음엔 가끔가다 생기던 딜레이가 요즘은 시도때도없이 일어나고 있다. 사수가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가는 주니어와 페어링을 하거나 중요한 인터그레이션에 시간을 할애하기라도 하면 정말 단순한 PR인데도 3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막내도 나름 자기 앞가림 한다고 속이 타겠지만 그럴때마다 사수를 독점해버린 탓에 나와 우리팀 동료는 하염없이 코드리뷰를 기다리다 뒷목을 잡는 날들이 잦아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구조가 답답하고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드레벨이라고 시니어의 손길이 안필요한건 아니니까. 어떻게든 잇몸으로라도 굴러가지만 미드에게도 세심한 관심은 필요하다. 삽질만으로 실력을 향상시키기엔 낭비되는 에너지가 너무 크기 때문에 가끔은 시니어의 도움도 받으면서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는게 좋다고 본다.

 

이런저런 생각을 품고 부글부글 하던 어느 날 사수와 캐치업을 하게 되었다. 자기는 이제 코드리뷰에서 발을 뺄 시간이 왔다며 이제부터 나와 우리팀 동료 둘이서 코드리뷰를 리드하라는 것이다. 조만간 팀이 둘로 갈라질 예정인데 이친구랑 나랑 각각 리드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그러기 위해선 지금부터 자기 코드에 오너쉽을 갖고 더 진지하게 임해 실력을 키우라고 했다. 좀 까탈스럽다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리뷰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수가 어느날 대충 승인한 코드가 있었는데 나를 비롯한 모두가 사수만 믿고 그 코드를 제대로 리뷰하지 않은 채 승인 해버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어떠한 이유로 다시 그 PR을 훑어볼 일이 있었는데 열두개의 오류가 발견됐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데 어떻게긴요 다 님만믿고 날림으로 넘긴거죠...^^; 사실 지금까지 코드리뷰를 대충 해왔다. 하나하나 티켓과 대조해가면서 로직따라 리뷰하다보면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고 그러다보면 내가 싼 똥 치우기도 바빠죽겠는 와중에 남에 똥 까지 찾아내려니 야근 각이어서 사수와 동료가 승인한 코드는 나도 그냥 승인해버린게 80% 이상이었다. 사수가 날잡고 코드리뷰를 어떻게 하는지 보여준 적도 있다. 짬이 찰 대로 차 오류와 비효율적인 코드를 바로 잡아내는 그와 달리 나에겐 조금 버거워서 눈치껏 설렁설렁 해왔는데 이젠 도망칠 곳이 없다. 팀 구조가 조정되고 리드가 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어중이 떠중이로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할말은 하고 실력으로 승부하는 리드가 되고싶지 애매하게 눈치만 보는 윗사람이 되고싶진 않다. 그래서 맘먹고 이틀정도 하루에 한 시간씩 차근차근 리뷰를 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작은 실수들을 많이 하는걸 잡아낼 수 있었다. 사수처럼 로직을 더 효율적으로 짜는 코멘트를 달고싶지만 지금은 놓치지않고 훑어내려가기에도 바쁘므로 일단 적응부터 한 다음에 사소한 트집을 잡아야겠다. 며칠 안했는데도 많은 정보가 머리에 들어오고 그동안 애매하게 이해하고 넘겼던 부분을 복습하게 되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가 아주 빨리간다. 지난주 까지만 해도 할거 없다 지루하다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번주는 딴짓할 겨를없이 업무시간을 꽉꽉 채우고 있다. 사수업무도 분담했으니 내년 연봉협상때 앞자리 꼭 바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