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age Sisters] 팟캐스트를 시작하다

한국에 있을 때 주변에서 남녀 개발자 성비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했지만 당시 나는 개발자가 아니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영국에 넘어와서 일하다 보니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성의 비율이 비교적 높고 나이 지긋한 워킹맘들도 많아 신기했다. 그 때 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불편한 사실이 이직에 이직을 거듭하다 보니 눈에 띄었다. 내가 거쳐온 팀들의 리드는 전부 네이티브 영국인 이거나 영어를 잘하는 외국인 '남자' 라는 것. 우리팀만 해도 여성 개발자 비율이 남성 개발자에 비해 현저히 높지만 결국 리드는 남자다. 타팀도 다를것이 없다. 아직까지 주변에서 여성 개발자 리드를 본 적이 없다. 직군을 타는걸까? 요즘 비전공자로 시작해 부트캠프를 듣고 개발자가 되는 여성들이 많다. 다들 처음엔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미래에 반신반의 하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코딩공부 하는데에 쏟지만 막상 취업을 하고나면 누구보다도 똑부러지게 잘 해낸다. 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안일하게 살았던 내 지난날들을 반성하게 된다. 단지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겸손이 적정치를 초과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겸손은 미덕이지만 영국에서의 겸손은 때로는 내 능력을 깎아내리기도 한다.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콧대를 높여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 곳이 영국이다. 예전 직장에서 매니저가 내 연봉협상을 할 때 조금 무리한 금액을 제시하면서 윗선과 이야기 해 보겠다고 한 적이 있다. 나를 잘리게 하려고 작정했나? 싶었으나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함께 일하던 똥싸개 남자 팀원 두 명은 입사할 때 부터 내 연봉에 한 명은 10K 또다른 한 명은 15K를 더 부르고 들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똥만 싸재꼈다. 그 똥은 15K 적게받는 내가 다 치웠고. 매니저는 그 이야기를 해주면서 나 뿐만 아니라 우리팀 여성 개발자들은 본인의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겸손한 연봉을 받고있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Career woman 을 키워드로 한 강연을 들었는데 특정 직군에서 꼭대기를 찍은 여성리드가 똑같은 말을 했다. 여성은 주는대로 받는다고. 그리고 나역시 그랬다. 주는것에 만족하고 좋은게 좋은거라 생각하며 살다보니 경력은 알아서 쌓였으나, 이쪽길을 시작하려는 누군가에게 첨언을 해주다보면 우리 모두가 자신의 능력에 비해 과하게 겸손하다는 생각이 종종 찾아오곤 한다. 더딘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 블로그에도 테크업계로의 전향을 계획중인 꽤 많은 여성분들이 질문들을 보내주신다. 여기에 대답도 할 겸 Tech 업계에서 일하는 한국인 여성들의 경험담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바램(오지랖) 에서 올 해 팟캐스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첫 회 녹음을 하고 용기내서 올리는 데에 두 달이 걸렸다. 20분 컷으로 끊으려 했던 녹음파일도 도움되는 내용들을 살리다 보니 결국 한시간이 넘게 나왔다. 두번째 녹음도 끝냈고 이제 세번째 녹음을 준비하고 있다. 올 해가 끝날 때 까지 한달에 한 명 씩 테크업계에서 일하는 멋진 한국인 여성들을 인터뷰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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