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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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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직장인] 프론트앤드 개발자의 두번째 직장 - 코로나 회사 스폰으로 취업비자를 무사히 받고 어영부영 반년이 지나갔다. 이제 이직을 하지 않는 한 이 회사에서 5년 존버해야한다는 생각에 취업비자로 지낸 기간은 상상했던 것 보다 즐겁지 않았다. 회사 눈치를 보느라 하고싶은 말을 못하게 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나는 정말 현대판 노예가 되고 만 것인가 싶었다. 이 시기에 우리팀은 여전히 R&D에 힘을 쏟고 있었고 회사 내에서 위치가 애매모호했다. 나조차도 내가 뭘 하는지 명확하기 설명하기 어려웠다. 허나 짬이 찰수록 생활에 익숙해 져 들어오는 일을 별 문제없이 받아치면서 바뀐사수 똥싸는 꼴에 부들부들 거리면서 그렇게 지내던 중 팀 구조가 계속해서 바꼈다. 직접적으로 수익을 만들어 내는 팀이 아니여서인지 제대로 된 인력투입이 없었고 팀장들은 그 점에 매일 화..
[런던직장인] 프론트앤드 개발자의 두번째 직장 - 비자 두번째 직장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어느덧 워홀비자 종료를 5개월 정도 남겨둔 시점이 되어 매니저에게 취업비자로 전환해 달라고 언질을 하기 시작했다. 내 사정을 잘 알던 매니저는 비자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우리팀 대장에게 달려가 비자요청을 지원해 줄 것에 대한 승인을 받고 순식간에 HR까지 그 소식이 넘어가게 되었다. Tier2 취업비자를 혼자 준비했다는 친구들도 있어서 나도 어쩌면 자비로, 그리고 혼자 모든걸 진행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부담감을 안고있었는데 생각보다 일사천리로 HR이 모두 도맡아서 진행해 주었다. 회사에서 변호사를 선임했고 선뜻 5년짜리 비자 + 비자신청 비용을 전액 지원해 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브랙시트가 실행되기 전이어서 취업비자를 받기위한 조건이 조금 까다로..
[런던직장인] 프론트앤드 개발자의 두번째 직장 - 업무 한국에서는 퍼블리셔라는 포지션으로 디자이너와 개발자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했다. 영국에 넘어와 보니 퍼블리셔라 불리는 포지션은 없었고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UX Engineer 혹은 Creative developer 라고 불렀다. 그렇다 사람들은 나를 첫직장에서는 Creative Developer 라고 불렀고 주로 하는일은 React로 만들어놓은 뼈대에 CSS를 입히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비전없는 포지션이다. 이직할 때에는 조금 더 Front-end Developer에 가까워지고 싶었는데 다행히 새 직장에서는 JavaScript와 NodeJS를 주로 쓰게되는 업무를 배정받았다. 회사에서 개발한 자체 CMS 가 있었는데 내가 하는 일은 이 CMS 영업에서 보여줄 데모파일을 만드는 ..
[런던직장인] 프론트앤드 개발자의 두번째 직장 - 복지 첫번째 회사의 복지도 나름 마음에 들었지만 두번째 회사의 복지는 더 마음에 들었다. 영국에서 회사를 두 곳 밖에 다녀보지 않아 내가 누리는 복지 혜택의 수준이 보통인지 아니면 다른 회사에 비해 높거나 낮은지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눈치보며 주중 5일간의 휴가를 내고 빠듯하게 해외여행을 다녀오던 때에 비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두 회사에서의 경험에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태보면 복지혜택과 근무 탄력성에 있어서 몇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1. 출퇴근시간 - 앞뒤로 한시간씩 조절 가능. 특히 자녀가 있는 기혼자들이 아침에 한시간 늦게 출퇴근하거나 한시간 일찍와서 일찍 출퇴근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사전에 팀과 협의가 되어있다면 앞뒤로 한시간정도 탄력적으로 출퇴근시간 조정이 가능하다..
[런던직장인] 프론트앤드 개발자의 두번째 직장 - 첫출근 첫 직장에서 12월 31일까지 근무일을 채우고 휴식 없이 1월 2일에 바로 두 번째 직장으로 첫 출근을 했다.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면접날과는 다르게 로비가 붐볐다. 아직 출입증이 없어서 인사팀 직원을 호출해서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나 말고 첫출근 하는 사람이 한명 더 있어서 함께 인사직원과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고 각자 팀으로 안내 받았다. 마침 우리팀은 소파에 앉아 회의를 하고 있었다. 어색하게 끼어 앉았는데 모두 반갑게 맞아주고 자기소개를 했다. 첫 회사와는 사뭇 다른 성숙하고 친절한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회의가 끝나고 면접때 보았던 개발팀장이자 내 사수가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인사시켜줬다. 이 회사에도 Buddy 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나는 어딜가도 버디복이 없는것..
[런던직장인] 프론트앤드 개발자의 두번째 직장 구하기 2 면접을 보기로 한 두 회사들과 약속한 날이 되었다. 두 회사가 하루 차이로 약속이 잡혀 먼저 리치몬드에 있는 에이전시로 갔다. 워털루에서 급행열차를 타고 리치몬드 역에 도착해서 지도를 따라 한 15분 정도 걸었더니 낮은 흙언덕 위에 덩그러니 건물이 보였다. 겁나게 떨렸지만 사무적인 표정을 장전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바 테이블에 사람들이 몇명 모여있길래 면접보러 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알고보니 그 바는 회의용 테이블 이었는데 내가 안내데스크로 착각하고 나 손님이니 안내하라고 회의중인 사람들 앞에서 떠든거다 ㅋㅋㅋ. 민망함 1을 주머니에 쑤셔넣고 다시 얼굴에 당당함을 장착하고 면접관을 기다렸다. 곧이어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키큰 청년이 나와 나를 데리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 남자는 자신을 개발팀장..
[런던직장인] 프론트앤드 개발자의 두번째 직장 구하기 1 8월 말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지만 회사의 원픽이 되어 그해의 마지막 날 까지 근무를 하게 되었다. 사수가 사내의 다른팀에 자리가 있는지 알아봐주기로 했지만 열심히 구직할동을 펼치고 있는 팀원들을 보고있으니 나도 어서 뛰어들어야 할 것만 같았다. 일을 구해도 당장 출근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 부터 시작했다. CV에 영국 근무 경력을 한 줄 추가하고 포트폴리오 사이트도 개편했다. 영국에서 구직을 할 때 나름 중요한 요소인 나 라는 사람의 근무능력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추천인도 구해놨다. 고맙게도 사수와 동료들이 추천인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천천히 취업준비물 삼대장(CV + 포트폴리오 + 추천인) 을 준비하고 나니 11월이 되었다. 첫 취업기가 너무나 고되었기에 두려움이 컸지..
[영국 Computer Science 석사] Welcome Week Welcome Week 이라고 개강 전에 하는 OT 비슷한 행사에 다녀왔다. 학교에 방문 해 건물 구경도 하고 캠퍼스 대빵들의 연설도 들으면서 함께 공부 할 동기들을 만나는 날 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전 날 부터 긴장감이 슬슬 밀려왔다. 빈속에 튜브를 타서 그런지 가는동안 멀미가 났다. 튜브에서 내려 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찾아 가다가 문득 학교에서 먹을걸 주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테스코에 들러 쿠키와 물을 샀다. 좋은 생각이었다. 학교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건물 맞은편에 마스크를 쓴 남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길래 쟤들도 오늘 행사에 참여하는구나 생각하면서 문앞에 섰다. 문앞을 서성이니 직원이 나를 발견하고는 문을 열어줬다. 홈페이지에 마스크를 꼭 써야하고 거리두기를 철..
[영국워킹홀리데이] 워털루 집 3 - 드라마 워털루 플랏에서의 일상이 완전히 적응되어 S와 함께 플랏에서 가장 오래 산 고인물이 되어갈 즈음이었다. 집에 잘 안들어오던 R과 평일 맨정신엔 영혼없는 인사만 주고받던 N가 차례로 플랏을 떠나 두 명의 새로운 플랏메이트가 자리를 채웠다. N보다 먼저 떠난 R의 자리를 채운 C는 나보다 세 살 어린 똑부러지는 영국인 이었다. S와 나는 우리와 스스럼 없이 잘 어울리면서도 선은 확실하게 긋는 C가 맘에 들었다. C가 점점 플랏에 적응해 갈 무렵 N이 홍콩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는 폭탄선언을 하고 S는 또다시 새로운 플랏메이트를 구할 생각에 걱정을 짊어지기 시작했다. 런던 한복판에서는 흔치않은 금액인 우리 플랏은 공고를 올리는 즉시 지원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는데 그래서 나는 그당시 S가 걱정하는 이유를 이해..
[워킹홀리데이] 워털루 집 2 - 일상 이사 하고 몇 주 정도가 지나니 워털루 집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플랏메이트들도 조금씩 눈에 익기 시작했다. 세 명의 플랏메이트들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 해 보자면 첫번째로 내 방을 인터넷에 올렸던 S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런던으로 온 지 9년차 라던 S는 이 플랏에 산지 6년째라고 한다. 주인아주머니와 함께 산 1세대 플랏메이트인 샘이다. 그 다음으로 들어온 애가 N인데 얘는 아프리카계 영국인이었다. 이사 전 최종적으로 플랏메이트들을 만나는 날 얘를 처음 봤는데 그 날은 살갑게 맞아주더니 그 다음부터는 마주칠 때 마다 웅얼웅얼 인사하고 사라져서 좀 의아했는다. 나중에 S와 대화하다 알게되었는데 N은 술마시거나 주말이 아니면 그러니까 평일에 맨정신일 때에는 항상 영혼이 빠져나간 것 처럼 보인뎄다.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