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회사의 복지도 나름 마음에 들었지만 두번째 회사의 복지는 더 마음에 들었다. 영국에서 회사를 두 곳 밖에 다녀보지 않아 내가 누리는 복지 혜택의 수준이 보통인지 아니면 다른 회사에 비해 높거나 낮은지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눈치보며 주중 5일간의 휴가를 내고 빠듯하게 해외여행을 다녀오던 때에 비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두 회사에서의 경험에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태보면 복지혜택과 근무 탄력성에 있어서 몇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1. 출퇴근시간 - 앞뒤로 한시간씩 조절 가능. 특히 자녀가 있는 기혼자들이 아침에 한시간 늦게 출퇴근하거나 한시간 일찍와서 일찍 출퇴근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사전에 팀과 협의가 되어있다면 앞뒤로 한시간정도 탄력적으로 출퇴근시간 조정이 가능하다.
2. 재택근무 - 워낙 날씨로 인해 교통수단이 타격을 많이 받는 나라여서 눈이나 비가 조금만 와도 기차운행을 중단하곤 한다. 런던 근교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경우 발이 묶이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기도 한다. 혹은 중요한 택배를 받아야 하거나 집에 머물러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날은 재택근무 신청을 하며 이또한 유하게 받아들여진다.
3. 카페테리아 - 한국회사로 치면 탕비실 같은 역할을 하는 카페테리아가 있는데 그 크기가 꽤 크고 냉장고에 항상 채워져 있는 우유가 특이한 점이기도 하다. 저지방, 고지방, 무지방 우유 그리고 귀리우유 아몬드 우유 등 종류별로 우유가 항상 꽉꽉 채워져 있다. 사람들이 생우유를 마시는것 같지는 않고 커피에, 시리얼에 주로 쓰는 것 같다. 여기에 주기적으로 아침에 빵과 과일이 제공된다.
4. 술마시는 금요일 - 내가 다녔던 두 회사 뿐만 아니라 구직공고에 복지혜택란을 읽어보면 Friday drink 이라고 적혀있는걸 종종 볼 수 있다. 매주 혹은 매월 술마시는 금요일에는 오후 4시 즈음 종류별 술이 제공된다. 맥주, 와인, 샴페인 등이 과자와 함께 나오는데 가끔 무알콜이나 비건용 맥주가 보이기도 한다.
5. 생일휴가 - 생일날 하루 휴가를 주는데 생일이 주중이면 주말 앞뒤로 붙여 아무날짜로 골라서 쓰기도 한다.
6. 여름파티 & 크리스마스파티 - 여름에 한 번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한 번 회사 전 직원을 모아 파티를 한다. 카페테리아에 모아놓고 과자랑 맥주마시는 파티가 아니고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고 회사에서 통째로 빌린 클럽이나 바 같은 곳에 디제이를 불러놓고 무제한 술을 들이키며 CEO와 춤을추는 그런 진지한 파티다.
영국의 많은 회사들이 위와같은 혜택을 공통적으로 제공하고 내 두번째 회사는 여기에 몇가지 혜택을 더 줬다.
추가휴가 - 계약서 상의 첫 해에 주어지는 휴가일수가 23일이었는데 여기에 비공식적으로 생일휴가 1일 그리고 온전히 나만을 위해 사용하는 Me day를 1일 준다. 비슷하게 Us day 라는 휴가도 있지만 이 날은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하루를 사용했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따지고보면 쉬는날은 아니다. 생일휴가와 Me day를 합치면 근무 첫 해에 사용할 수 있는 휴가가 총 25일이다. 에이전시 특성상 25일을 다 몰아쓰기에는 조금 눈치가 보이고 연속 2주는 너그럽게 받아주는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말에 휴가가 남아돌아 크리스마스 앞뒤로 붙여쓴다. 그렇게 하면 12월에는 총 근무일수가 채 2주가 안되기도 한다.
스트레스 관리 - 또하나의 칭찬할만한 복지는 직원들의 Wellbeing을 위한 제도들이다. 월 2회 심리상담사를 불러 한 회에 45분간 상담을 받을 수있게 해 준다. 회사 밖에서 상담을 받으려면 보통 시간당 10만원 안팎의 돈을 써야하는데 이게 무료이고 상담을 받는 시간을 근무시간에서 제하지 않는다. 여기에 매주 월요일 근무 후 요가클래스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게 해준다. 간혹 마사지사를 불러 돌아가면서 마사지를 받게 해 주기도 한다.
공연티켓 할인 - 이건 회사의 복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내가 다닌 두 회사 모두 저렴한 가격에 공연티켓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공연계 종사자와 친분이 있어서 마지막에 남은 티켓을 헐값에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았는데 어쨌건 그 덕에 큰돈주고 봐야 할 공연을 종종 점심값에 보기도 했다.
트레이닝 - 업무와 관련해 배우고싶은 기술이 있다면 튜토리얼 사이트를 회사에서 결제해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결제해놓고 보는 사이트가 더 맞아서 회사에서 결제해준 사이트를 직접 이용해보지는 않았지만 몇몇 동료들은 열심히 배우는 것 같았다.
프라이빗 보험 - 정규직의 꽃은 보험혜택이 아닐까 싶다. 수습기간 종료와 동시에 연금과 의료보험 등에 가입이 되고 대출해택도 받게 되는데 나는 아직 자녀가 있거나 집을 살 계획이 있는게 아니어서 대충 들여다보고 말았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프라이빗 의료보험은 악명높은 영국 GP 의료서비스가 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주 좋은 제도이며 가족단위로도 가입이 가능하다. 예를들면 통상 2주 후에나 잡을 수 있는 GP 예약이 프라이빗 보험으로는 당일 개인병원에서 진단까지 가능하다. 이 외에도 넉넉한 남성의 출산휴가 기간과 질병이나 장애발생시에도 일정기간 동안 급여를 지급하는 등 내가 퇴사하기 직전에 복지제도가 파격적으로 업데이트 되었다.
여기에 매월 열리는 회사 전체 회의에서는 칭찬합시다 같은 이벤트를 열어 소정의 상여금을 주기도 하고 평소에도 여성의달이니 성소수자의 달이니 하는 다양한 행사가 달마다 있어서 두번째 회사에서의 일년 반은 정말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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