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지만 회사의 원픽이 되어 그해의 마지막 날 까지 근무를 하게 되었다. 사수가 사내의 다른팀에 자리가 있는지 알아봐주기로 했지만 열심히 구직할동을 펼치고 있는 팀원들을 보고있으니 나도 어서 뛰어들어야 할 것만 같았다. 일을 구해도 당장 출근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 부터 시작했다. CV에 영국 근무 경력을 한 줄 추가하고 포트폴리오 사이트도 개편했다. 영국에서 구직을 할 때 나름 중요한 요소인 나 라는 사람의 근무능력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추천인도 구해놨다. 고맙게도 사수와 동료들이 추천인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천천히 취업준비물 삼대장(CV + 포트폴리오 + 추천인) 을 준비하고 나니 11월이 되었다. 첫 취업기가 너무나 고되었기에 두려움이 컸지만 이 과정 역시 거쳐야만 했기에 바로 두번째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다. Linkedin과 Indeed를 시작으로 구인공고를 스크랩 했다. 이번에는 처음 구직공고를 읽을 때 보다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이 더 많았다. 지난번에 내가 얼마나 무모하게 스펙과 맞지 않는 포지션까지 지원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회사들을 추려서 하루에 10개 회사 남짓 하게 지원했다. 역시나 Linkedin에서 내가 구직중인 것을 확인 한 리크루터들이 전화를 해왔다. 거기에 지원했던 회사들 에서도 천천히 연락이 왔다.
몇 통의 통화를 거쳐 처음으로 면접을 보기로 한 회사는 리치몬드에 있는 에이전시였다. 여긴 내가 지원한 곳인데 리크루터가 회사를 위해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구조였다. 이 회사와 면접약속을 잡고 뒤이어 또 다른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사우스 뱅크에 위치한 이 회사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리크루터가 Linkedin에서 나를 찾아서 연락이 온 경우였다. 하루에 열댓개의 회사에 지원을 했기 때문에 그 회사도 내가 지원한 줄 알고 있었고 아직 구멍이 많았던 영어실력이어서 통화 초반에 자기가 나를 Linkedin에서 찾고 연락했다는 말을 놓쳤다. 자기네 회사에 대해 아냐는 질문에 스스로 지원한 회사에 대해 알아보지도 않았다는것을 들킬까봐 머리를 열심히 굴려 만들어낸 대답이 '나는 구직공고의 스펙만 보기 때문에 회사에 대해선 아직 알아보지 못했다' 였다. 어색한 침묵이 지나가고 리크루터는 회사에 대해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뒤이어 면접 과정을 설명해 주며 내가 이 과정에 동의한다면 곧 개발팀장과 통화를 하게 될거라고 했다. 곧이어 개발팀장에게 전화가 왔고 내 패기를 보여주기 위해 나는 라이브러리 쓰는거 질색한다 모든걸 From scratch 하는걸 좋아한다고 말인지 방귄지 모를 소리를 했다. 팀장은 그런 내 패기를 좋아했고 과제를 세 개 내줄테니 완성해서 다음주 면접때 만나자고 했다.
이후에도 전화는 줄줄이 왔지만 두 개의 회사가 가장 진행이 빨랐고 통화할 때 인간미가 느껴져서 우선순위에 두었다. 다른 회사들은 내가 로봇이랑 통화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혼없는 말투로 거칠게 질문을 퍼붓는 곳들도 있어서 일단 과제만 받아두고 앞의 두 회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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