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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살이/다시 직장인 2022

[일상] 결혼식 참석 (feat. Jubilee 연휴)

새로생긴 퀸 엘리자베스 라인

 

이번주말은 여왕 70주년 기념식 연휴가 목,금요일에 있어 목,금,토,일 이렇게 나흘을 쉬게 되었다. 영국인들 그리고 영국에사는 외국인들이 갖는 쥬빌리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어쨋든 쉬는날은 다들 좋아라 한다. 나는 그 날 파트너의 친구 결혼식에 초대받아 수요일 저녁에 런던을 떠났다. 회사 사람들과 짧은 회식을 한 뒤 패딩턴 역으로 가기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마침 그게 새로생긴 퀸 엘리자베스 라인이었다. 새거라 깨끗했다. 다른 라인들도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밤늦게 챌트넘에 도착해 다음날 하루를 쉬며 놀며 보내고 그다음날 오후에 결혼식에

가기위한 준비를 끝마치고 파트너의 아버지가 결혼식 장소인 Stroud 에 데려다 주셨다. 신부의 부모님이 소유하신 맨션에서 뒷풀이가 열린다고 했다.  

 

 

파티장소에서 바란 뷰가 아름다웠다. 증맬

 

영국의 결혼식은 하객관리를 조금 특이하게 하는데 결혼식이 하루종일 진행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식장에서 신랑신부가 입장을 하고 혼인서약을 하는 이 식을 1부 그리고 그 이후에 식사와 파티를 2부로 나눈다. 2부가 끝나는 시간이 보통 밤 12시다. 정말 하루종일 결혼식을 하는 샘이다. 그래서 영국 결혼식에 1부부터 초대를 받는다면 체력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야한다. 이 날의 결혼식은 30명 내외의 신랑신부의 최측근만 모여 진행되었고 우리는 식사와 파티를 위한 2부에 초대받았다. 파티장소에 도착해서 보니 신부의 부모님이 얼마나 신부를 아끼고 이날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부으셨는지 눈에 보일 정도로 곳곳이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었다. 신랑신부가 준비를 마치고 파티장소에 도착할 때 까지 우리는 지인들과 한데 섞여 mingling 시간을 가졌다. 먹고 마시며 즐기는 가운데 어느새 신랑신부가 파티장소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준비해둔 꽃잎 한 줌을 하늘에 날려 커플을 환영해 준 뒤 다시 신랑신부 그리고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런던에서 본 낯가림쟁이 영국인들의 모습을 이날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낯선이들도 신랑신부를 매개체 삼아 삼삼오오 스몰톡을 이어나갔다. 

 

 

테이블세팅에 한번 더 반하고

 

신랑신부 입장

 

신부의 스피치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테이블에 샐러드가 세팅되어 있었다. 곧이어 언덕아래에서 갓 구운 피자들이 배달되기 시작해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 갓구운 피자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불에 갓구운 피자가 맛없을 수가 없지 ㅋㅋ. 피자를 신나게 헤치우고 근처에 불을 쪼일 수 있게 장작을 모아둔 곳으로 가서 몸에 열기를 돋구었다. 이 날 영국스럽게 비가 찔끔찔끔 왔는데 역시나 영국 여성들은 강했다. 그들은 맨발에 하이힐을 신고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를 입은 채 연신 수다 삼매경이었다. 겨울은 한국이 훨씬 추운데 왜 나는 아직도 영국날씨에 적응이 안될까? 불 앞에서 파트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저 멀리 파티가 진행되고있는 텐트에서 스피치가 시작될 예정이니 모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신랑을 시작으로 베스트맨, 신부, 브라이드메이드 까지 마음과 유머를 담은 스피치가 이어졌고 곧 밴드의 음악 연주가 시작되었다. 신부의 어머니가 속해있는 밴드였는데 세상에 내 주변에 이렇게 쿨한 어머니가 있었던가? 정신없이 파티를 지휘하던 신부의 어머니는 무대 위에서 다른사람이 되어있었다. 주요장면들을 모두 관람한 뒤 점점 떨어지는 바깥기온을 피해 다시 파트너와 불 곁으로 가서 열기를 쬐었다. 

장작을 하나씩 더해 불씨를 커지게 만들고 한증막처럼 앉아서 몸을 지지고 있는데 파티에 지친 사람들이 한두명씩 와서 우리와 간간히 대화를 나누고 다시 돌아갔다. 스코틀랜드에서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넘어온 신부의 삼촌내외, 신부의 어머니가 속해있는 커뮤니티의 노부부 그리고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 열변을 토해내던 역사선생님 까지 런던에 살면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부모님 연령대의 어른들과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자정이나 되서야 끝날 파티를 뒤로 남겨둔 채 우리는 열한시 즈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챌트넘 집으로 돌아왔다. 

 

 

이날 내 최대 관심사 피자 ㅋㅋ

 

무심하게 철푸덕 던져놨지만 맛탱이

 

늦은 밤까지 비오는 영국날씨에서 나를 구해준 화덕

 

신부가 흰 드레스를 입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하루종일 파티를 하는 영국의 결혼식은 한국의 전통 결혼식의 모습과 많이 닮지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