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에 심은 무우에 예상보다 빠르게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귓동냥으로 채소는 꽃피면 못먹는다는 말을 들어서 인터넷에 서치를 좀 해보니 무우도 그렇다고 한다. 먹겠다는 일념으로 키운 애들이기에 골든타임을 넘기기 전에 조기수확 하기로 결정했다.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에 뿌듯했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여덟포기의 총각무를 뽑았다.
무우는 옮겨심는거 아니랬는데 응애농부는 그런거 모르겠고 씨부터 냅다 발아시켜버린 탓에 창의적으로 생긴 무우들이 나왔다.
비쥬얼에 놀란 맘을 진정시키고 뿌리쪽 향을 맡아보니 알싸한 와사비향이 나는게 영락없는 한국무다. 사이즈가 조금 더 컸으면 좋았겠지만 첫시도 치고 꽤 좋은 성과여서 뿌듯했다. 이쯤되면 무청은 질겨져 김치로 담을 수 없다. 말려서 시래기로 먹을 수도 있지만 변화무쌍한 영국날씨에 무청이 잘 마를거라 보장할 수 없어 삶아서 냉동실에 저장하기로 한다. 이렇게 하면 해동시켜 된장국에 넣으면 특별한 재료 없이도 집에서 먹던 맛을 구현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김치양념에 버무로 총각김치를 만들었다.
처음 키운 애들은 매일아침 눈뜨면 가든에 나가서 달팽이에게 습격당하진 않았는지 물은 적당히 머금고 있는지 확인하는게 일과였는데 수확을 하고나니 남은 식물들에게는 관심을 덜 쏟게 된다. 인간도 둘째는 손이 덜가는것과 비슷한 심리일까. 사실 얘네들 수확하기 전에 쑥쑥 자라는게 재밌어 남은 무우 씨앗을 배드에 다 뿌려버렸다. 그래서 한달 정도 후에 또 수확해야 한다. 부추도 더디지만 여전히 잘 자라고 있고 올 해 농사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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