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를 진행한지 3년이 조금 지났다. 스터디가 일 년 정도 되면 구성원 대부분이 목표했던 바를 이루거나 혹은 좋은 경험으로 여기고 본업으로 돌아가 자연스럽게 스터디가 종료된다. 몇 해 동안 그렇게 몇 개의 스터디를 거치다 요즘은 공부 보다는 친목이 주가되는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도 초반에는 주니어 포지션 취업을 목표로 개발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는데 그중에서 저 사람은 잘 될 수 밖에 없겠다 싶은 눈에띄는 몇몇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지나 그분들의 취업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서 조금 의아했던 부분이 있는데 취업기간이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오래걸린다는 거였다. 처음엔 회사를 보는 눈들이 높은가보다 싶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요즘 구직시장이 특히 무경험으로 개발자 포지션을 따내는게 많이 어렵다고 한다.
내 블로그에서 취업 성공기를 보고 영국에서 단기비자(워홀, 졸업비자 등)로 구직하려는 사람들이 종종 문의메일을 보내온다. 그때마다 나는 라떼 경험만을 가지고 '일단 부딪혀 보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뜬구름 잡는 식의 말을 해댔다. 아마 나도 한국에서의 퍼블리셔로 일한 경험 없이 무경험으로 인턴쉽 포지션을 따내려 했다면 단기비자 소지가 문제가 되어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지 않았을까 싶다. 무경험으로 인턴십 레벨의 롤에 지원을 해야한다면 안정적인 비자를 소지, 그렇지 않고 단기비자를 소지하고 있다면 동종업계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어야 취업문을 두드릴 기회가 주어지는게 현실인 것 같다.
예전 스터디에서 취업연계까지 가는 부트캠프를 이수한 뒤 apprenticeships 포지션에 들어간 몇몇 지인들이 있었다. 하루 몇시간 씩 여러주에 거쳐 코딩을 배우고 팀작업까지 마치면 회사들과 인터뷰를 연결해주는 식인데 초급레벨을 뽑는 제도라 코딩실력 보다는 열정과 태도를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문제는 이런 부트캠프들도 비자 타입으로 지원자들을 가려낸다. 그리고 장기비자를 소지하고 있다고 해도 부트캠프 연계와 같은 커넥션 없이 구직에 성공하는게 어느순간 너무나 어려워져 버렸다. 요즘 링크드인을 훑어보면 주니어롤 뿐만 아니라 미드나 시니어롤을 구하는 회사들도 예전과는 다르게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큰 회사들이 눈에띄게 줄어든게 보인다. 아무래도 코로나가 꺾이면서 경기가 침체되고(안된적이 없었던 것 같지만) 부터인 것 같다.
조금 어두운 상황이긴 하지만 구직사이트에는 여전히 다양한 직급의 개발자들을 구하는 회사들의 구인공고가 매일같이 올라온다. 단지 선택지가 좁아지고 그 안에서 박터지게 싸워야 할 뿐. 코로나가 터지면서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그들 중에는 타 직종에 비해 안정적이고 자율성이 보장되는 개발자의 삶에대한 선망으로 커리어를 전환한 사람들이 많을거다. 넘쳐나는 개발자의 수를 잡시장에 나와있는 일자리들이 커버할 수 없게 된 요즘, 회사 입장에서는 비슷한 레벨의 지원자 들 중 당연히 '잘'하는 개발자가 눈에 들어올거다. 그렇게 열심히 어필해 들어가게 된 회사에서의 개발자의 삶은 상상했던 것과 다소 다를 수 있다. 상상속 개발자의 삶은 아마도 연차가 어느정도 쌓여 나에게 주어진 복지를 누릴 심적 여유가 있는 상태의 삶이 아닐까? 일이 손에익는 초반 몇년은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말그대로 개고생길이 열리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가 되고싶다는 꿈을 갖고있다면, 맘을 단단히 먹고 구직기간 그리고 회사에 적응하는 기간 동안 많이 내팽개쳐질 각오로 임하란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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