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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살이/워킹홀리데이 2017 - 2018

[영국워킹홀리데이]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자

2015년 여름,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남은 일생을 함께할 줄 알았던 사람과의 인연을 정리하고 나니 허탈함과 동시에 자유로움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이 자유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고민하던 중 이래저래 자기합리화를 시키며 피해 왔던 외국행이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엄마 옆에 있어야 해. 그리고 음식도 안맞아서 안돼안돼 나는 한국에 살아야해" 라고 곱씹던 생각들이 허무하게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결정을 내리고 나니 부푼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려워 외교부의 워킹홀리데이 홈페이지를 근무시간 내내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다. 꼭 영국 이어야 만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워킹홀리데이를 발판삼아 정착이 가능한 나라를 찾고 싶었다. 한국어 다음으로 유일하게 구사할 줄 아는 언어인 영어 사용국가 인데다가 2년 체류가 가능하며 웬만한 직종은 규제없이 근무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거기다 영국이다. 모두가 살면서 한번 쯤은 가고싶어하는 신사의 나라 영국.

 

영국 워킹홀리데이는 체류 기간에 대한 인심이 후한 만큼 경쟁력도 만만치 않았다. 영어점수와 함께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하는 나름 깐깐한 조건이 있었고 서류를 모두 제출한다고 합격하는것도 아니었다. 조건을 만족시킨 참가자에 한해 추첨식으로 상반기에 1000명을 뽑고 당첨되었으나 포기한 사람들의 자리를 메우는 추가모집이 하반기에 이루어졌다. 커트라인에 겨우 부합하는 턱걸이 영어점수 때문 이었을까 아니면 뽑기운이 없었을까 세 번 탈락하고 네 번째에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을 발견했다. 네 번의 도전 동안 한 번의 이직이 있었다. 사회생활에 치여 매순간 간절한 마음으로 지원 했고 불합격을 확인 할 때 마다 분노의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리고 네 번 째 도전에 합격하던 날 뛸듯이 기뻤다기 보다는 왜 이제서야 하는 야속함이 섞인 안도감 같은것이 감돌았다. 그렇게 2017년 9월 나의 영국행이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