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레인즈파크 집에 권태를 느껴 이사를 결심하고 뷰잉했던 곳 중 맘에들었던 곳에서 연락이 왔다. 위치와 방 크기로 보았을 때 가성비가 좋아서 나름 경쟁력이 있었던 플랏인데 3년 이상 장기 거주자를 선호한다더니 나를 뽑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가 런던에서 한 플랏에서 3년 이상 살 작정으로 방을 알아볼까 싶다. 어쨋든 내가 선택 되었다. 합격 전화를 받자마자 레인즈파크 플랏의 주인아닌 주인같은 아주머니께 이사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애초에 계약서가 없어서인지 아주머니는 쿨하게 알았다고 하셨다. 워털루 집에서 다시 연락이 와서 함께 살 플랏메이트 들과 최종 만남을 갖기로 했다. 뭘 이런걸 다 하나 싶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기에 주말에 약속을 잡고 다시 한 번 방문했다. 다들 반갑게 맞아주어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주인 아주머니를 만나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헤어지려고 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갑자기 연락두절이 되어 결국 못만나고 나왔다. 아주머니의 잠수에 집을 관리하는 플랏메이트 S는 얼굴에 당혹스러운 내색이 역력했지만 걱정하지 말라면서 나를 다독였다. 사기냄새가 다분히 났지만 살고있는 모습을 보니 하루아침에 날를 것 같진 않아보여서 S 말을 믿고 이사날에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사 날 미니밴을 예약해 나름 불어난 살림을 싣고 레인즈팍 집을 떠났다. 밴 기사와 수다를 떨면서 가다보니 금방 워털루 집에 도착했다.
친절한 S가 낑낑대며 짐 옮기는 것을 도와줬다. 그 때 까지도 영국의 집 형태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그저 레인즈팍 집보다 넓고 거실이 있으니 더 좋은 집이겠거니 했다. 이사 날 막상 짐을 옮기고 보니 방 곳곳이 꽤나 낡은게 눈에 들어왔다. 이미 윔블던의 부내나는 개인주택 부터 북서쪽의 허름한 6인용 플랏까지 체험하고 왔기에 그 집들에 비하면 워털루 집은 아늑하진 않아도 이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워털루 플랏은 방 네개에 부엌, 화장실, 욕실이 있는 카운실 하우스 건물의 4층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인지 방값이 한 달에 £550으로 파격적으로 저렴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리 방이 허름해도 워털루에서 그 금액의 더블룸은 비현실적이었다. 나중에 S에게 들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방값을 6년 전과 같은 금액으로 받고 있다고 했다. 레인즈팍에서 머물었던 더블룸도 한 달에 £550 이었지만 교통비가 £190씩 나갔기 때문에 계산을 해보면 워털루 집이 훨씬 이득이었다.
나름 많다고 생각했던 살림살이가 더 큰 방으로 이사를 해서 였을까 정리를 하고 나니 휑 해보였다. 그래서 였을까 여름인데도 밤에는 방이 썰렁했다.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데 밖에서 부시럭 부시럭 삐그덕 삐그덕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소리가 났다. 그렇게 어색한 소음과 함께 워털루 플랏에서의 하룻밤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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