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실직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이미 겪어봐서, 건강한 구직기를 보내고자 정리해고 당한채로 한달정도 회사와 더 일했다. 팀원 절반정도가 무급으로 일하겠다고 찾아온 나를 희한하게 봤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존경해 마지않던 내 사수의 반응이었다. 해고 당일엔 앞으로 도울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겠다더니 그 다음날부터 갑자기 남처럼 대하고 코드리뷰도 잘 안해주기 시작했다. 바뀐 근무환경에 대한 정리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콜을 잡았는데 여기서 뭐하는거냐는 뉘앙스였다. 처음엔 그의 태도가 당혹스럽고 서운한 맘이 들었으나 우리의 계약서상 관계가 끝났으니 그가 의무적으로 나를 챙길 이유가 없다는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도 내 하고싶은대로 하기로 했다. 다음 잡을 구하기 전까지 CV에 최대한 갭이 적은게 유리할 것이고 계속 실무를 쥐고있어야 감각을 잃지않아 인터뷰에서도 즉각적으로 대답하기 좋다고 판단해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코드리뷰를 해주건말건 사수에게 넘기고 다음타스크를 이어갔다.
이렇게 한 달 정도 일했는데 거의 마지막으로 붙잡고있던 클라이언트가 등을 돌리면서 회사가 완전히 망해가는 시점엔 느리게나마 해주던 코드리뷰도 안해줬다. 어차피 쓰레기통으로 갈 상품을 더이상 쥐고있을 필요가 없어진거다. 나도 이런 환경에서는 일할 필요성을 못느껴 그날부로 그만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꾸준히 CV를 넣었는데 몇몇 회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시장이 어려워졌데서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예전 구직보다 확실히 반응이 적었다. 하지만 아예 연락이 안온건 또 아니라 감사히 여기기로 했다. 여전히 찔러보고 잠수타는 리크루터들도 있고 인터뷰 잡았다 취소하는 회사도 있었다. 오랜만에 들어온 링크드인 생태계는 조금 더 치열해졌다 뿐이지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한달 반 동안 넣은 60개 정도의 CV 중에 서너개 정도 롤에 서류통과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찔러보는 리크루트 연락 3개. 실제 1차 면접으로 이어진건 세 건이었다. 이 중 하나는 직전에 취소당했으니 두 건이 맞겠다.
회사에 일을 그만하겠다 통보한 날, 공교롭게도 구직기 동안 마음을 다잡기 위해 세워뒀던 루틴이 모두 깨졌다. 요가수업, 그 주 주말에 잡힌 인터뷰도 취소되어 하루에 취소가 세 번 일어나자, 다시는 개발자로 먹고살지 못할 것 같은 불안이 몰려와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워홀 초기에 비하면 비자도 회사에 물려있지 않아서 비교적 할만한 구직인데도 첫 구직에 데인 탓인지 시장이 어렵다는 말에 겁을 먹어서인지 자신감이 등뒤로 숨어버려 쉽지않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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