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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살이/게으른 직장인 2025

회사가 망했다

영국에서의 정착기와 나름 충격적이었던 첫 구직기를 기록하고자 블로그를 시작했다. 세번째 직장에 3년 반을 다니면서 이 블로그의 쓰임은 거의 다했다고 여기던 차에 영원히 나를 품어줄 것 같았던 내 세번째 회사가 망해버렸다. 인생이 심심하게 놔두질 않는다. 작년에 경영난으로 급여가 줄었다가 파트타임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회복하고는 더이상 급여가 밀리지 않아 계속 이렇게 굴러갈 줄 알았다. 코딱지만한 스타트업에서 볼 장 다 보고 안정기에 들어서서인지 하반기에 어마어마한 권태가 몰려왔다. 그래서 발리에 한달간 무급휴가를 다녀오겠다 선언하게 된다. 보스가 오케이 하고 CTO에게 전달하겠다 한지 이틀 후 CTO가 미팅하재서 휴가 얘기겠거니 했는데 웬걸 들어보니 회사가 다시 으스러지고있단다. 그래서 사수 제외 우리팀 모두가 리던던시 대상이란다! 와우 세번째 리던던시다. 영국와서 리던던시라는 단어를 배웠고 다시는 듣고싶지 않았는데 또 들어버렸다. 물론 이전의 두 회사와는 사뭇 다른 어감이었지만 어쨋든 잘린건 잘린거다. 

 

회사에선 내가 바로 잘린건 아니고 무기한 장기휴직이라는 조건과 정리해고 중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제시했다. 어떤 옵션을 선택해도 회사가 살아나면 나를 다시 고용하겠다고 했다. 그럼 굳이 장기휴직을 선택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동안 리던던시 패키지라도 받아야겠어서 자진해서 잘리기로 했다. 하지만 회사일은 완전 손에서 놓지 않기로 했다.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면 멘탈 무너지는건 한순간이란걸 알기 때문에
무급여로 오전에만 일하기로 했다. 그 외의 시간에는 CV를 업데이트 하고 구직에 매진하기로...

 

사실 권태기가 세게와서 매일이 지루하던 차에 일어난 일이라 조금 어안이 벙벙해서 당시엔 조금 들떴던 것 같다. 풀재택에 묻혀 스스로 떠날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회사가 스스로 나를 잘라주어서 뭔가 동기부여가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구직은 언제나 어렵고 힘들다. 세 달이 지난 이제야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감각할 수 있게 되어 또 이곳에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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