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사는데 굳이 따로 영어공부를 해야하나? 살다보면 알아서 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품고 영국에 넘어와 2-3년 동안 별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늘지않는 영어실력을 탓하며 살았다. 예전에 누군가 성인이 되고 나서 하는 외국어 공부로는 절대로 원어민 수준의 억양을 구사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엔 코웃음을 쳤지만 요즘은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배운 영어와 생존을 위한 스몰톡은 쓰다보면 금새 바닥나고 만다. 게다가 당황하거나 흥분하면 티비에서 종종 보는 아시안 악센트가 튀어 나온다. 이런 대본식 영어 말고 툭 치면 지체없이 하고싶은 말을 와다다 뱉어낼 수 있을 정도로 외국어를 하려면 각잡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작년 말 즈음 인정했다. 유튜브에서 미라클모닝이 한참 유행할 때 하루 10분 씩 영어공부를 했다는 영상을 보고 동기부여가 되어 나도 올해 1월 초부터 30분씩 원서를 읽고 BBC News에서 제공하는 script를 샤도잉 하기 시작했다.
나는 집중력은 짧지만 꾸준히 뭔가 하는것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초반에는 흥미를 잃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에 10분씩만 했다. 모르는 단어에 발이 묶이다 보니 10분이 쏜살같이 지나갔고 한 페이지를 채 못읽었다. 그래서 10분을 20분으로 늘리고 요즘은 30분동안 읽는다. 줄줄 읽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 페이지당 모르는 단어가 적으면 두 개 많으면 10개도 나온다. 그래서 주로 하루에 두세페이지 정도를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 공책에 정리하고 다시한번 읽기를 반복한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영어읽기에 속도가 붙고 버벅거림이 꽤 나아졌다. 어떤날은 스스로 뿌듯할 정도로 술술 읽히고 또 어떤날은 막 글을 읽기 시작한 어린이처럼 더듬더듬 읽기도 한다. 사실 영국에 살고 있지만 영국인 공포증이 있고 영어를 읽기 꺼려하는 습관이 있었다. 아직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원서읽기를 5개월 이상 꾸준히 하다보니 읽기를 극도로 피하지 않게되었고 간단한 글귀들은 궁금해서라도 읽어보려 한다. 아직 70% 정도 남은 두꺼운 책이지만 올해 말에는 완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영국에 살면서 귀가 트여 듣기가 향상된 반면 읽기, 쓰기, 말하기 실력은 회사를 다님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부진했다. 이 중 읽기와 말하기는 독학으로 왠만큼 향상시킬 수 있기에 원서읽기와 더불어 말하기도 하루에 30분 씩 연습하기로 했다. BBC News English에서 제공하는 뉴스 스크립트와 영상을 그대로 받아적고 강세에 표시해 가며 똑같이 읽어내려갔다. 처음에는 단어가 입에 붙지않아 뚝딱거렸지만 한 스크립트 당 3일 이상을 연습하다 보니 영상의 나레이터와 얼추 비슷한 소리가 나왔다. 매끄럽게 읽어내려갈 즈음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미세하게 남아있는 발음의 어색함을 찾아낼 수 있다. 이 과정도 5개월을 반복하다 보니 단어를 맞게 발음하는지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해 작은소리로 말하던 습관이 개선되어 상대방도 내가하는 말을 더 빠르게 이해하는게 눈에 보였다.
1월부터 5월 초 까지 주말빼고 아침마다 30분씩 영어공부를 해 보니 영어실력이 향상되는것은 당연하고 성취감까지 더해져 참 잘 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난날의 거만했던 나를 반성하게 된다. 쓰기는 해도해도 애매하고 모르겠다. 논문 마치고 기회가 된다면 문법오류를 봐주고 고쳐줄 수 있는 학원에 가던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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