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워킹홀리데이] 북런던에 대한 궁금증
한국에 있을 때 영국에서 머무를 초반 한 달 간의 숙소를 예약했다. 첫 숙소는 친구가 가까이 사는 윔블던에 3주 간, 그 이후에는 한국인이 많이 산다는 북런던의 스위스코티지 주변으로 한 달 정도를 예약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내가 예약한 숙소가 스위스코티지가 아니라 몇정거장 더 들어간 Henden Central 이라는 동네에 있었다.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첫 숙소를 떠나 우버를 타고 두번째 집으로 갔다. 체크인을 하고보니 그 집은 에어비엔비 전용 숙소가 아니라 6인이 함께 생활하는 플랏 쉐어링 하우스였다. 변기물이 잘 내려가지 않아 첫번째로 당황했고 방의 상태에 여러 번 당황했다. 내가 예약한 방이 거실을 개조해 만든 방이라 넓긴 한데 그 넓은 방 안에 작은 냉장고, 전자레인지, 작은 소파를 배치해 두고 삐걱거리는 킹사이즈 매트리스 침대까지 구성만 보면 웬만한건 다 갖추고 있지만 퀄리티가 무슨 누가 쓰다 버린 것 같은 수준의 모든게 허름한 그런 방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방이 너무 추웠다. 여기서 한 달 살 이상을 지낼 자신이 없어 이사한 첫 날 바로 에어비엔비를 켜서 다시 남쪽에 있는 집들을 알아봤다.
첫 날 우버에서 내렸을 때 런던을 잘 모르는 나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동네가 휑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Henden Central은 유대인 커뮤니티가 크게 형성되어 있는 동네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런던에 있는게 아니라 다른나라에 와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나 빼고 모든 사람들이 검은 옷에 특이한 머리스타일 그리고 남자들은 모자를 쓰고다녔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손바닥만한 모자를 뒷통수에 붙이고 다녔고 몇몇은 중절모를 그리고 드물게 고양이 마약방석같은 커다란 원통형 모자를 쓰고 다녔다. 식당도 상점도 모두 생소한 물건들을 팔고 영업시간 역시 그들의 달력에 맞추어져 어떤날은 오후 다섯시면 이미 상점들이 다 닫아있을 때도 있었다. 문화가 나에게 낯설었을 뿐 동네는 상당히 안전했다.
하지만 정작 마음에 들지 않는건 집이었다. 11월의 쌀쌀함을 중앙난방으로 버텨야 했고 온수도 시간에 맞추지 않거나 누가 많이쓰고나면 미지근한 물이 나와서 하루빨리 나가고 싶었다. 부엌을 들락거리다 안면을 트게 된 몇 명의 플랏메이트 들이 있었다. 한 명은 루마니아에서 왔다는 여자 였는데 그 집이 내가오기 전 얼마 간 와이파이와 전기가 끊겼었기 때문에 자기는 월세를 할인받아야 한다고 하소연을 했다. 처음엔 웃으면서 들어주다 말이 너무 길어져서 그 다음부터는 마주치면 대충 인사하고 도망갔다. 어느날인가 집을 관리하는 남자애한테 그 여자가 방값에 대해 항의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둘이 옥신각신 하더니 결국 여자애가 사과하고 희한하게 마무리됐다. 그리고 며칠 더 있다가 프랑스에서 온 이쁘장하게 생긴 남자애를 만났는데 스케치 라는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애라고 했다. 얘는 요리를 곧잘 해줬는데 그러다 물담배를 해보겠냐며 기구를 가져왔는데 이태원에서 하던 물담배 정도로 생각하고 훅 들이마셨다가 너무 쎄서 두번은 시도 못하고 걔 다 하라고 줬다. 그러다 한 집에 살면서 연락이 너무 자주오는게 부담스러워서 이사하는 날 인사도 안하고 떠나왔다.
그 이후로 핸든엔 다시 가보지 않았다. 당시에는 무섭고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리 위험한 동네도 아니었고 초반에 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