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석사 2020 - 2021

[일상] 코딩스터디

Busybee_ldn 2021. 12. 8. 04:50

석사생활을 시작하고 가장 우려했던 것이 생소한 프로그래밍 스킬을 요구하면 어쩌나였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던게 우리과 이름은 Computer Science지 Software Engineering이 아니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기술은 기초만 알면 됐었다. 과가 주로 데이터 분석쪽에 초점을 맞춰서 내가 따로 공부해야 했던 언어는 파이썬 뿐이었다. 하지만 처음엔 이마저도 생소해 덜컥 겁부터 났다. 프로그래밍 언어들이 문법만 조금씩 다를 뿐 로직을 표현하는 방법은 거의 비슷한데 그걸 몰라서 완전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하는줄 알고 앞이 캄캄했던 것 같다. 다행히 첫 수업에서 교수가 배포한 파이썬 기초문법을 보니 자바스크립트랑 거의 비슷했다. 그래도 몇몇 파이썬 내장함수들은 따로 검색을 해보아야 코드를 읽을 수 있었다. 함께 공부할 사람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는데 조과제 무임승차에 크게 데인 터라 학교 밖에서 스터디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자주 들락거리는 커뮤니티에 파이썬 공부하자고 글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싶어해 모두 초대하고 보니 대략 26명정도 되었다. 온라인으로 만난 첫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하고보니 대부분이 실무경험이 없고 데이터분석 쪽으로 이직 또는 구직을 희망하고 있었다. 내가지금 뭘 한거지 정신이 잠깐 아찔 했지만 우리에겐 파이썬을 배우고 싶다는 공통 관심사가 있었다. 나는 구글링으로 코드를 읽을 수 있으니 배운것을 복습할 겸 2주에 한 번씩 파이썬 기초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그 사이사이에는 한명씩 돌아가면서 서로 관심있는 분야의 기술을 공부해서 발표하는 식으로 스터디를 진행해 보기로 했다. 한 분기동안 해보고 나니 다양한 시선을 통해 배운 양질의 정보들이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본인들이 비전공자라서 잘 모른다고 하면서도 발표하는 내용들을 들어보면 전공자에 실무경험이 있는 나 보다도 테크놀로지에 훨씬 관심을 가지시는게 보여 나는 스스로의 무지함에 부끄러워지곤 한다.

어느덧 스터디를 진행한지 1년 반이란 시간이 지났다. 처음 시작했을 때에 비해 인원이 많이 줄어 아 이러다 사라지려나보다 했던 내 우려와는 달리 이 소수정예의 모임은 점점 단단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동안 비전공자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된 사람들도 생겼다. 이 스터디가 그분들의 구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것은 아니지만 혼자하기 막막한 공부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함께 독려하며 꾸준히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굉장히 뿌듯한 일이었다. 나역시 이 스터디로 1학기에 수강한 파이썬 수업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고 2학기 빅데이터 수업에서는 교수의 관심을 독차지할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어 있었다. (내가 특별나게 잘해서가 아니고 스터디 덕에 다른애들보다 파이썬을 자주 접했기 때문에 대답을 잘 했다.) 그래서 링크드인 프로필에 당당하게 파이썬 할 줄 안다고 썼다.ㅋㅋ 사실 처음 계획은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공부하는거였는데 온라인으로 한 덕분에 더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미팅룸을 빌려서 세미나를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