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석사 2020 - 2021

[영국 Computer Science 석사] Semester 3 논문

Busybee_ldn 2021. 12. 8. 04:42

내가 논문을 쓴다니. 발영어 하는 내가 논문을... 영어걱정 한가득 안고 시작한 논문 작성이 끝나고 제출까지 했다. 다행이었던건 이론적인 것을 영어로 설명하는 것 보다는 내 프로젝트의 계획과 실험 그리고 그 결과를 보고형식으로 작성하는것이다 보니 화려하게 영어문장을 구사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왜였을까... 똥멍청이(나)가 주제를 IoT로 정해버렸다. 학기중에 배우면서도 내인생에 기계를 조립하는 일은 다시는 없을거라고 다짐했는데도 논문주제를 찾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IoT가 만들기 쉽고 육안으로 확인하기 가장 좋은 결과라 생각되었다. 안그랬으면 머신러닝이나 사이버시큐리티를 했어야 하는데 이쪽은 알고리즘을 거하게 짜거나 이론위주여서 흥미가 안갔던 것 같다. 사실 잘할 수 있는걸 주제로 고르라고 하면 사용자 경험을 주제로 한 웹어플리케이션을 만들면 끝인데 왜였을까 괜히 실험적인걸 해야할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래서 IoT를 해버렸다. 

 

시간이 그리 넉넉한게 아니었어서 적당한 삽질과 함께 양질의 결과를 내야 했다. 지난 두 학기와 같이 또다시 수백장의 비슷한 논문을 읽고 수십개의 유튜브 튜토리얼을 섭렵한 뒤 뚝딱거리며 내 서킷을 만들었다. 기본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먹구구로 하다보니 선을 잘못 연결해서 부품 몇 개를 날려먹고(손라락 태울 뻔) 집 안에서는 잘 안잡히는 GPS 신호를 잡으러 집 안밖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그렇게 첫 서킷을 완성했다. 어떤부품은 3.7v에서만 작동하고 어떤애는 또 5v에서만 작동을 했다. 그래서 얘네둘을 함께 쓸 수 있게 해주는 converter를 또 사서 붙이고 하다보니 어느새 납땜까지 하고있었다. 다 만들고 보니 아 이걸 논문이라고 낼 수 있을까 싶었으나 어쨋든 졸업은 해야했기에 민망한 결과물로 레포트를 쓰기 시작했다. 초록을 쓰고나니 17장 정도밖에 않나왔다. 조금 충격적이었지만 일단 지도교수에게 넘겼다. 교수는 역시 전문가 답게 늘릴 부분을 여러군데 짚어주었다. 내가 쓴 초록이 너무 전공자의 시선에 맞추어져 있어서 전체적으로 부연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읽는이가 내 주제에 대한 지식이 0 이라는 생각으로 세세히 풀어 다시 썼다.

 

 

살면서 다시는 안보고 싶었던 애증의 아두이노 서킷.

 

 

제출일이 2주 정도 남은 시점에 집에서는 도저히 안써져서 독서실이나 카페에서 써볼까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연 곳이 없어서 제 3의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혹시 학교에서 해도 되냐고 T에게 문의메일을 보내봤다. 강의실을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편하게 오라는 답이 왔다. 그리하여 마지막 마무리를 학교에서 할 수 있었다. 가보니 정말 아무도 없어서 3일 정도는 혼자 강의실을 혼자 쓸 수 있었다. 집을 벗어나 독립된 공간에 있으니 술술 잘 써졌다. 집에 갈 때 마주친 직원들이 칭찬을 해줘서 너무나 민망했다. 이게뭐라고 ㅋㅋㅋ. 다음날에도 학교에 가서 마지막 영어단어 하나까지 쥐어짜가며 쓰고 있는데 어떤 교수가 자기 미팅해야 한다고 비워달래서 라운지로 옮겨 마무리 했다. 착한 직원들은 라운지에 있는 나를 보고 건너와서는 미안하게 됐다고 이 자리는 괜찮냐고 물었다. 조용한데 책상만 있는건 라운지나 강의실이나 다를게 없으니 나는 이러나 저러나 다 좋았다.

 

 

혼자 전세냈던 강의실.

 

 

그렇게 논문쓰기를 마무리 하고 서식을 맞춘 뒤에 Proof reading 으로 또 며칠을 보냈다. 표절을 체크하는 페이지에 내 논문을 넣었더니 25%가 나왔다. 미친ㅋㅋㅋ. 잠깐 당황했지만 거의 인용문구나 참고문서에서 나온거여서 교수에게 그 부분을 한 번 어필한 뒤 제출했다. 그리고 며칠 뒤 논문성적과 함께 최종성적이 나왔다. 이제 졸업식만 남았다.